국내기업 40% 하반기 AI 투자 계획
삼성·LG·SK 등 전방위 AI 투자 강화
"AI 투자는 미래 생존 위해 선택 아닌 필수"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지금 미국에서는 AI(인공지능)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그룹의 전방위 사업 재편을 진행중인 최태원 SK 회장이 미국 출장중에 꺼낸 말이다. 최 회장은 미국에서 아마존, 인텔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에서의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거대언어모델(LLM), 산업용 AI 등 구체적인 AI 사업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하반기 주요 대기업 국내 투자계획' 조사 결과 국내 기업 10곳 중 4곳(43.9%)은 하반기 AI 관련 투자를 계획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투자를 계획한 기업이 10.6%, 검토 중인 기업이 33.3%다.
SK그룹을 비롯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AI 투자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AI·반도체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로 위기 돌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달 초 미국 출장을 통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자택에서 단독 미팅을 갖는 등 IT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주요 빅테크 기업 CEO들을 잇달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AI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미래 ICT 산업과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토대로 삼성전자와 메타는 AI 분야로 협력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 달 11일(현지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 CEO 자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최근 삼성 안팎으로 '반도체 위기론'이 고조된 가운데 이 회장이 직접 AI와 반도체 등 핵심 사업과 관련된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다지면서 초격차 경쟁력 제고와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위기 돌파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전방위 분야에서 AI 적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성능 향상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고성능·고용량·저전력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구광모 LG 화장 "AI가 모든 산업에 혁신 촉발"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실리콘밸리에서 AI 반도체 설계업체 텐스토렌트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찾아 반도체 설계부터 로봇까지 AI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을 살폈다.
구 회장은 애플·테슬라·인텔·AMD 등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최첨단 반도체 개발을 진두지휘한 경력이 있는 텐스토렌트의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 반도체 기술 동향을 듣고 양 사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텐스토렌트와 LG전자는 지난해 5월 TV·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협력한다고 발표한 적 있다.
구광모 (주)LG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지난 달 미국 테네시에 위치한 LG전자 생활가전 생산공장을 찾아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
구 회장의 이번 행보는 AI가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며, 사업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LG그룹 측은 설명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최근 '2024 GS그룹 해커톤' 개최를 격려하며 "그룹사 전반에서 현장의 모든 임직원이 생성형AI 도구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AI 능력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국내 제조 대기업들은 향후 산업 전환기에 AI가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제 AI 투자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