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개최
전공의 요구사항 적극 검토…현장복귀 촉구
휴진 예고한 병원·의사단체에도 철회 당부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서울대·가톨릭대 의대 교수들에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까지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 '파국'의 고비를 넘겼다. 정부는 의료계가 전향적인 입장 전환을 보인만큼, 조속한 대화 재개와 갈등 해결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아직까지 현장 복귀를 고민하고 있는 전공의 설득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고, 정부가 계획 중인 '필수의료 개혁'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 의대 교수들·의협 집단 휴진 철회…정부-의료계 갈등 봉합 수순
25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 유예 방침을 밝혔다. 하루 전에는 지난 17일부터 중증·필수 분야를 제외하고 '무기한 전체휴진'에 들어갔던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집단 휴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빅5' 병원 중 두 곳이 휴진 철회 입장을 밝힌 상태다. 세브란스병원은 오는 27일, 서울아산병원은 다음 달 4일 각각 휴진을 예고한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의대 교수들도 휴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들 병원 내부에서 집단 휴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강경 대응 방침을 이어가면 의협도 이달 27일 예정한 집단 휴진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다만 정부 대응에 따라 언제든 무기한 휴진을 시작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겼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의협은 투쟁을 아예 중단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한 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6.04 yooksa@newspim.com |
정부는 휴진을 예고한 다른 병원과 의사단체에도 집단휴진 결정 철회를 당부했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국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지난 금요일 서울대의대 및 서울대병원 비대위에서 환자들을 위해 결정한 무기한 휴진 중단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환영한다"면서 "휴진을 예고한 다른 병원과 의사단에서도 집단휴진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선에서 의료계를 진두지휘하던 의협까지 태세 전환을 보이자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 국면은 점차 정리되는 분위기다. 현재로써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정부와 의료계가 공식 대화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때문에 의과대학 교수들, 지역 의사회 등이 참여하는 '범의료계 특별위원회' 출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다.
정부는 의사단체의 대화 참여 시 진지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의료계간 대화는 지난 4월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 특위)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의료개혁특위 1차 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특위 산하의 4개 전문위원회에서는 중증·필수의료 수가 개선, 의료전달체계 개선, 상급종합병원 운영혁신 방안, 의료분쟁 조정제도,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 중인데, 내달 발표하는 개혁안에 그동안의 논의 결과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의 전향적 입장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으로 권 국장은 "의협에서 (의협 산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통해 (의료계) 소통창구를 일원화하고 대화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위원회가) 구성되면 조속히 대화를 가시화화고, 그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 국장은 "정부와의 대화의 자리는 언제나 열려있다. 대화의 자리로 나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와 보다 좋은 의료체계를 만들어가는데 함께해 달라"면서 "정부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의료계의 경험과 지혜를 의료개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환자와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진료체계가 차질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전공의 전체 출근율 7.6% 그쳐…정부 이달 전공의 중심의 의료 진료 정상화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도 당부했다.
이날 기준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7.6%(1만3756명 중 1046명)로, 지난 3일(1013명)대비 33명 증가했다.
또 211개 수련병원 인턴 출근율은 3.3%(3250명 중 106명),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출근율은 8.9%(1만506명 중 940명)으로, 지난 3일 대비 각각 2명 줄고, 35명 늘었다. 지난 5일(9명) 기준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사직 인원은 29명 증가한 38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권 국장은 "지난 4일 의료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과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 명령을 철회한 바 있다"면서 "전공의 여러분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수련받을 수 있도록 수련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이 지난 17일부터 돌입했던 무기한 휴진을 중단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6.24 choipix16@newspim.com |
정부는 전공의들의 요구한 ▲과학적인 의사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의료개혁 특위에서 집중 논의 중이다.
다만 정부는 전공의 설득을 위한 추가 유인책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권 국장은 "정부는 복귀한 전공의에 대해 정상적인 수련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할 계획"이라면서도 "(추가 지원은) 전공의 복귀 수준이나 의료 현장 상황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가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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