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직 부활시키고 남편과 나란히 출근...부부경영 스타트
"전문기업에 경영권 이양" 목표...오너가 추가 갈등 가능성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아워홈이 구미현·이영열 '부부경영' 체제로 출항했다. 구미현 회장이 취임 첫 인삿말로 '지분 매각'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미지= 아워홈CI] |
19일 아워홈에 따르면 구미현 아워홈 신임 대표이사 회장과 이영열 부회장은 전날인 18일 이사회에서 나란히 대표이사 회장과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부부는 전날부터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오너가 장녀인 구미현 대표이사가 2대 회장에 오르면서 고(故) 구자학 선대회장 이후 사라졌던 회장직을 부활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구미현 회장은 구자학 회장이 이용했던 업무공간으로, 남편인 이영열 부회장은 구지은 전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용했던 부회장실로 출근한다.
아워홈의 남매 갈등에서 최종 승리한 구미현 회장은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아워홈의 사내이사를 지냈다. 다만 회사 내에서 직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편인 이영열 부회장은 전 한양대의대 교수를 지낸 인물이다. 한양대병원에서 형액종양내과장, 암센터 소장,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소장 등을 거쳤지만 구 회장과 마찬가지로 경영과 관련된 경험은 전무하다.
일각에서는 구미현·이영렬 부부경영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또한 구미현 회장과 이영렬 부회장은 임직원은 물론 외부에 프로필 사진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영표 경영총괄사장을 앞세운 것도 주목된다. 1968년생인 이 경영총괄사장은 구자학 선대회장의 비서실장으로 1993년 아워홈에 몸담고 구매물류, 재무, 회계 등 현장과 경영지원부서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 측 인사로 알려진 이 경영총괄사장은 앞서 구지은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했던 2021년 말 아워홈을 떠났다가 이번에 다시 복귀했다.
임기를 시작한 구미현 회장의 첫 메시지는 '매각'이었다. 이날 구 회장은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매각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구 회장은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 즉, 사업의 지속 발전을 지향하는 전문기업으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본인을 포함한 주요 주주의 지분을 유능한 전문기업으로 이양함에 있어 현재 아워홈 직원들의 고용 승계 및 지위 보장을 명문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현 회장은 인사말과 함께 일각의 우려에 대한 해명도 내세웠다. 지분 매각과 관련해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관련해 아워홈 노동조합은 지난달 구미현·이영열 부부의 자택 및 아워홈 본사 앞에서 규탄 시위를 열고 '지분을 매각하고 사내이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연합을 이뤄 회사 측에 역대 최고 수준의 배당금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오해라며 바로잡았다. 구 회장은 "2020년 주주총회 당시 주주 배당금을 역대 최고액으로 제안한 주주는 다른 주주였고 나머지 주주들도 모두 찬성하여 가결이 된 것"이라며 "2023년 주주총회 당시 다른 주주가 배당금을 증액하여 수정 제안했으나 저를 포함한 나머지 주주들이 반대하여 부결됐다"라고 했다.
아워홈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2020년 오너가 주주들은 최대 수준인 760억원의 배당을 받아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2996억원, 구미현 회장이 456억원의 배당 요구를 했으나 주주총회 직전 이를 모두 철회하고 결국 아워홈이 상정한 회사 배당안인 30억원이 가결됐다.
구미현 회장이 취임일성으로 '매각'을 공식화한 만큼 지분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그는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본인의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기 위해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연합을 이뤄 구지은 전 부회장을 이사회에서 밀어낸 바 있다. 또 2022년에도 구미현 회장은 구지은 전 부회장과 동반 지분 매각을 시도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 측도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아워홈 오너가의 추가 분쟁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아워홈의 지분 구성은 오너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다. 장녀 구미현 회장과 차녀 구명진 씨의 지분은 각각 19.28%, 19.60%다. 매각을 놓고 뜻을 함께하는 구본성·구미현 연합 지분은 57.84%, 구지은·구명진 지분은 40.27%다.
아워홈은 정관에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구본성·구미현 연합이 매각에 나서기 전 구지은·구명진 등 주주에게 매수권이 우선 적용된다. 다른 주주들이 지분을 매수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구미현 회장을 상대로 법적분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는 지난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을 몰아내며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협약을 어길 경우 나머지 구성원에 300억원씩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구미현 회장은 지난 4월 정기주총과 5월 임시주총에서 오빠 편에 서면서 이 협약을 어겨 각 600억원씩, 총 1200억원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우면서 매각을 성공시키는 것이 구미현 회장의 당면 과제"라며 "다만 아워홈 오너가 지분구조를 감안하면 매각이 쉽지만은 않겠고 현재의 연합이 언제까지 갈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