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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JDC의 아픈 손가락' 헬스케어타운·휴양형 주거단지 가보니…

기사입력 : 2024년06월17일 11:37

최종수정 : 2024년06월17일 11:57

헬스케어타운, 중국 녹지그룹 투자 중단된지 8년째…JDC 지분 인수 진행중 정상화 모색
예례 휴양형 주거단지, 일부 땅주인과 소송서 패소로 방치…협상과 설득 통해 추가보상 높이며 도시개발방식으로 재추진
양정철 이사장 "실패한 사업으로 부터 교훈 얻어 정상화 돌파 마련해야"

[제주=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햇살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맑았던 지난 13일 제주 서귀포시.

한 건물 옥상에서 바라 본 남측 전경은 환상적이었다. 서울 도심 회색건물 사이로만 다닌 기자의 마음을 뻥 뚫리게 하는 바다와 오밀조밀 모여 있는 가옥들의 이국적 경치는 망중한(忙中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제주헬스케어타운 남측 전경 [사진=뉴스핌]

하지만 남측 전경과 달리 주변은 듬성듬성 짓다가 중단된 건물들과 관리가 제대로 안된 것 같은 휴양 콘도미니엄 주거단지는 쨍한 제주 날씨와 다르게 흉물스러워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이곳은 바로 8년 째 방치되고 있는 동흥·토평동 일원에 위치한 제주헬스케어타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2009년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녹지그룹로부터 1조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받기로 하고 153만9339㎡(약 47만평) 부지에 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전체 부지의 절반에 달하는 시설용지 75만4303㎡ 중 36만4396㎡는 녹지그룹의 보유 용지로 5성급 호텔, 워터파크, 휴양 콘도미니엄, 의료연구개발(R&D) 시설 등을 직접 조성할 계획이었다.

중국인들에게 휴양 콘도미니엄 400가구 중 188가구를 분양한 것을 제외하고는 공사가 중단되거나 잡초가 무성한 부지로만 남아 있다.

이유는 복잡하다. 사드발(發) 한중관계 경색과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한 녹지그룹의 자금난이 겹쳤다. 게다가 영리법인인 녹지국제병원 완공을 눈앞에 두고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로 개원이 불발됐다. 녹지그룹은 2000억원을 투입해 올해까지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을 우선 완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그 사이 사업기간 연장만 반복돼 왔다.

중국녹지그룹이 2014년 중국인들에게 분양한 콘도로 총 400가구 중 1단계 분양했던 188가구가 완판됐었다. 일부 중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나 대부분 공실이다. [사진=뉴스핌]

사실 10년 전 이곳을 방문해 취재했던 기자로서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당시 제주도에 중국인들의 투기성 자본이 물 밀 듯이 들어오던 시기였다. 특히 중국인들이 이 콘도를 사면 영주권을 받도록 해주면서 완판을 기록하자 중앙언론 기자들에게 이곳을 공개했던 곳이기에 현재의 모습은 대비가 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이 프로젝트를 정상화하기 위한 JDC의 행보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사실상 녹지그룹의 투자 이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JDC가 관련 사업장 인수로 방향을 틀었다.

유경흥 JDC 의료사업처장은 "제주도와 녹지그룹 간 행정소송이 해결됨에 따라 우선 녹지국제병원은 국내의료법 적용을 받는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해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디아나서울이 인계해 운영하기로 하고 올해 개원 목표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JDC는 내년 상반기까지 헬스케어타운의 시설별 사업추진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개발 계획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많은 투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JDC에게는 헬스케어타운 외에도 뼈아픈 사업이 또 있다. 서귀포 예례마을에 위치한 휴양형주거단지다. 이곳 역시 대부분 도색이 안된 건물이 흉물스럽게 방치 된 채 있었다. 이 단지는 중국 화교들이 출자한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2조5000억원을 들여 서귀포시 예래동 부지 74만1000㎡에 1531실의 휴양콘도와 935실의 호텔, 의료시설, 상가시설을 짓는 사업이었다.

현재 사업이 중단 상태인 예례 휴양형주거단지 전경. [사진=뉴스핌]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법적 이슈가 생겼다. 일부 땅주인들은 이 개발사업에 반대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는데 결국 대법원까지 간 결과 JDC가 패소했다. 대법원은 예래단지가 관광수익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어서 공공적 성격이 요구되는 도시계획시설인 유원지로 인가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업을 원상복구하기에는 자금적 측면이나 개발상태를 봐선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다. 많은 건물들이 이미 올라간 상태로 그대로 방치되기엔 이 마을 자체에도 부담이었다.

양영철 JDC 이사장은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일단 JDC는 버자야측과 원만한 해결을 위해 손해배상 금액 조정 등 협상하는 한편 JDC가 직접 시행하는 도시개발사업 방식으로 사업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특히 땅주인들과는 지난해 10월부터 추가보상 협상에 들어가 토지 매수 진척률을 높이고 있다. 양 이사장은 "재판에선 비록 패소했지만 직접 매번 출석하며 이 단지 개발의 당위성을 주장했고 땅주인 201명과도 추가보상을 통해 합의하는 성과를 올렸다"면서 "연내 70% 이상 보상을 완료해 인허가 절차도 밟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 이사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뼈아픈 사업을 국토부 출입기자단에게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제대로 성과를 이뤄낸 영어교육도시와 홍콩 람정그룹으로부터 성공적 투자유치를 통해 조성 중인 복합관광단지 신화역사공원을 공개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이에 대해 양 이사장은 JDC가 벌이는 이들 사업이 당장 '아픈 손가락'이지만 훗날 제주도의 대표적인 개발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그는 "이같이 실패한 사업으로부터 JDC 뿐만 아니라 공공 목적에 있는 많은 공기업이 교훈을 얻어 다시는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과감히 기자들에게 공개했다"면서 "다만 이들 사업을 어떻게 정상화해 가는지도 그 과정을 보여주면서 성원과 지지를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dbman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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