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복지

속보

더보기

[기자수첩] 살 만하다는 전공의, 그렇지 못한 환자와 국민들

기사입력 : 2024년06월03일 14:06

최종수정 : 2024년06월03일 14:06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집단 사직 이후 자취를 감췄던 전공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직접 목소리를 내려 나온 그들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지냈냐'는 것이다.

돌아오는 대답에 적잖이 놀랐다. 시간이 많이 생긴 김에 한국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참에 여행도 가고 푹 쉬려고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노연경 사회부 기자

옆에 서 있던 의대 교수는 전공의들이 그동안 공부만 하느라 못했던 걸 지금 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며 '허허' 웃었다.

사직 전공의인 지인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연일 해외여행 사진이 올라온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사직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고 일반의로 피부과에 바로 취업할 생각이라고 했다.

연일 행정처분을 운운하던 정부의 으름장에 공포에 떨고 있거나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질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것이란 예상은 시원하게 엇나갔다. 그들은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었고, 제 살길을 알아서 잘 찾고 있었다.

그들의 편엔 늘 든든한 지원군이 함께다. 선배인 교수들은 그동안 고질적인 한국 의료 시스템을 방치했던 기성세대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눈물로 끝까지 그들의 곁을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정부의 증원 정책에 일조한 대학총장은 민사 소송으로 '쪽박'을 차게 만들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인 3년 내내 투쟁하겠다고 했다. 

형편이 어려운 전공의들을 위해선 수익금이 환원되는 굿즈를 제작하기도 한다. 법적인 도움이 필요한 전공의들은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돕고 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이렇게 든든한 비호 아래 자아실현과 자기계발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그들과 또래인 23살 A씨는 굳어가는 심장을 붙잡고 한숨, 한숨을 힘겹게 내쉬어야 했다.

운동신경 세포가 파괴되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지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젊은 나이 탓에 진행 속도는 매우 빨랐다.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악화하면서 음식물은커녕 물도 삼키기 어려운 지경이 됐을 때 그와 그의 가족들은 애타게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았지만, 봐줄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은 거절당했다. 진단을 내린 병원도 입원 병상이 없다며 입원을 거절했다.

비상진료상황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보단 응급조치로라도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살던 곳에서 50km 가까이 떨어진 병원에 입원한 A씨는 입원 엿새 만에 가족의 품을 떠났다.

A씨는 입원 상태가 아니었다면 입원 나흘 만에 호흡곤란 상태가 왔을 때 응급조치조차 못 받고, 가족과 작별 인사 나눌 시간도 갖지 못한 채 떠났을 것이다.

그들의 일터인 병원 근처에서 터를 잡고 20년간 장사를 하던 병원 관련 업종 사장님들은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앞에서 20년간 죽집을 운영해 온 B씨는 그나마 배달로 버틸 수 있었던 코로나 때와는 다르게 배달 주문까지 끊겨버린 요즘, 이렇게 장사하기 어렵긴 처음이라고 한숨지었다. 그러면서 "환자나 피해자로 생각하지, 누가 나를 피해자로 생각이나 해주겠냐"고 하소연했다.

20년간 의료기기를 판매해 온 C씨는 전공의 사직 이후 석 달 내내 적자다. 그는 "그나마 자식들을 다 키워둬서 큰돈 들어갈 일이 없어 직원들 월급은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언제든 환자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들을 가로막는 건 의사를 악마화하고, 폭압적인 자세로 근거 없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는 정부라고.

마치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전부 정부에 있는 듯 말하지만 평온을 넘어 여유까지 느껴지는 그들의 태도에서 과연 주도권이 정부에 있는가를 되묻게 된다. 정말 선택지가 없는 쪽은 누구일까. 그들일까, 환자일까, 국민일까.

ykno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누구?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중앙고, 동아대를 졸업해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정치정책학(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2025.06.23 sheep@newspim.com 김 후보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정의당에 입당,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본부장을 맡았다. 2021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부문 지지단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에 공동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20번을 받았다. 현재 한국철도공사 기관사이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이다"라며 "민주노총이 그간 (사회적 대화 등) 제도권 밖에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프로필 ▲1968년 부산 출생 ▲마산중앙고, 동아대,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정책학 석사 ▲정의당 노동본부장 ▲민주노총 위원장 ▲철도노조 위원장 ▲철도공사 기관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sheep@newspim.com 2025-06-23 14:57
사진
안규백 64년 만에 문민 국방 후보자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초대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 출신인 안규백(64)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의원을 인선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안 후보자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와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했다"면서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고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안 후보자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국방위원으로서 15년 간 의정활동을 했다. 그 누구보다 군과 국방안보를 잘 아는 인물로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명됐었다. 특히 안 후보자는 국회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위원장 중책까지 맡았다. 여야 의원들을 아우르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특보단장 핵심 보직을 맡았다. 계엄 사태 주역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면서 어수선한 군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군 전반을 개혁할 최적임자로 꼽힌다. 합리적인 성품에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다만 상식과 원칙을 중시하며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다. 아들 둘 모두 육군과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취임하면 1961년 현석호 장관 이후 64년 만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한국 정치사의 격동기를 거쳐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장군 출신들이 독식했던 국방장관을 정치 안정기에 들어 사실상 민간인 출신의 진정한 '문민 국방장관'이 나올 수 있을지 초미 관심사다. ▲전북 고창(64) ▲광주 서석고 ▲성균관대 철학과 학사·무역대학원 무역학 석사 수료 ▲18·19·20·21·22대 국회의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간사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kjw8619@newspim.com 2025-06-23 14:1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