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産科 극저수가' 지적
건강보험재정 외 국고지원금 투입해 적극 대처해야
개호비 증가로 분만 소송 최대 '12억원'...정부 역할 필요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산부인과 분만 수가 개선을 '국가책임제'로 바꿔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의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큰 폭의 수가 재설정이 필요한데, 여기에 국고지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A씨(35). 그의 아내 B씨(36)는 임신 3개월 차로 세쌍둥이를 임신한 다태아(多胎兒) 산모이다. 그러나 사는 지역 근방에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한 곳 밖에 없다. 부부는 그곳에서 산전 검사를 받고 차로 자신의 집에서 1시간 떨어진 서울에 위치한 C상급종합병원으로 통원 중이다.
신생아 모습 [사진=뉴스핌DB] |
A씨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동네 병원에서 무조건 대학병원에서 분만할 것을 추천했다"며 "다태아다 보니, 고위험 산모에 해당한다고 한다. 집에 멀리 떨어진 곳으로 통원해야 한다. 아내를 데리고 대학병원으로 가는 날이면 회사 연차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다태아 산모는 위험하기 때문에 외래진료를 자주 가야 한다. 우선은 4주에 한 번만 통원하기로 했지만, 출산일이 가까워지면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병원 앞에 숙소를 잡고 생활할 예정"이라며 "금전적 부담도 크다"고 걱정했다.
◆"분만 한해서 국고지원금 투입하는 '국가책임제' 필요"
해당 사연을 전해 들은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28일 "분만에 관해서는 이제 수가 체계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국가책임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년도 분만 진료비는 75만 8927원이고 의원급은 77만 2409원이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 인프라가 유지되려면 현재 수가의 10배 이상으로 수가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해져 있는 건보재정에서 각 과가 상대가치점수에 따라 수가를 나눠먹는 현행 구조에서는 산부인과의 수가를 큰 폭으로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김 회장은 분만 수가에 대한 국고지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분만 수가는 '저수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극저수가'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분만 수가를 지나치게 높이면 본인 부담금도 동시에 올라가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다. 이를 수가 체계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국가책임제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A씨 사례처럼 다태아에 35세 이상이면 모두 고위험 임산부에 해당한다. 무조건 전문가가 분만해야 한다. 특히 다태아 중에서도 세 쌍둥이라면 고려해야할 것이 많고, 미숙아를 분만할 가능성도 높아서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병원 앞에서 대기하는 비용까지 전부 국가가 부담한다. 외국은 출산 전에 미리 조기 입원시켜서 대기시켜주고, 조기 진통이 오지 않도록 예방까지 하는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 있다. 관련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만사고시 최대 12억원 배상...책임도 국가가 져야
김 회장은 "기본적으로 분만이 많든지 적든지와 상관없이, 또 출생한 신생아와 산모의 상태가 안좋아지는 경우에 대해서도 국가가 모든 소송에 대한 비용과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주산의학회가 지난해 11월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0녀간 분만관련 의료사고 판결문 200개를 분석했을 때, 배상금 평균액은 2억 2900만원에 달했다. 최저임금 상승과 기대여명의 증가로 원고의 청구금액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분만 피해자의 청구금액은 최소 2300만원부터 최대 51억 9000만원까지, 평균 5억 38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에는 법원에서 응급조치로 태아를 살렸지만 뇌성마비를 초래했다며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내려졌다. 사고결과로 들어가는 막대한 개호비용(간호, 간병비용) 때문이다.
그 "유럽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분만 사고의 배상 책임을 담당한다. 그러니 의사들이 안심하고 산부인과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것이고, 필수의료가 유지되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같은 경우 필수의료 자체가 위험도가 높아서 더 이상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지금 전공의들의 업무량은 과거와 비교할 때 훨씬 편한 수준이다. 그래도 산부인과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힘들어서가 아니라 희망이 안 보이기 때문"이라며 '분만 국가책임제'라는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