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등 전세계 퍼진 범인들
내전에다가 언어 안 통해 수사 '난항'
인터폴 국제공동수사 등 협업 확대해야
부다페스트 협약 통해 공조 체계도 공고히
'로맨스 스캠'은 상대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사기 행각이다. 범죄자는 사칭 계정과 가짜 범죄 사이트를 이용해 자신의 신분을 감춰 피해자들이 대처하기 힘들다. 뉴스핌은 로맨스 스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수사·법적 제도를 소개한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방보경 기자 = 로맨스 스캠 수사를 진척하기 위해서는 인터폴·사이버범죄 협약을 활용해 타 국가와 긴밀히 연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맨스 스캠은 사이버 금융 범죄 중에서도 최고난도로 꼽히는 만큼 높은 수준의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로맨스 스캠을 '10대 악성사기'로 규정하고 집중 대응하고 있지만 사이버 금융 사기 중에서도 최고난도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등지의 국가가 사칭범의 주요 활동지인데, 범죄자 수사부터 체포까지 전 과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영화 <범죄도시>의 마동석(마석도 형사 역)처럼 해외에 나가서 범죄자들을 바로 때려 잡아오는 건 불가능하다"며 "중국 공안과는 공조가 그나마 되는데, 아프리카로 넘어가면 내전도 문제가 되고 언어도 통하지 않아 더 어렵다"고 전했다.
국경을 넘어가는 사이버 범죄는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신속한 국제 공조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이뤄지는 공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현행 제도는 외교채널을 이용하거나 인터폴을 통해 공조를 요청하는 것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외교부를 통한 공조는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범죄에 빠르게 대응하기는 어렵다. 관련 법에 따라 검찰(경찰→검찰에 신청)이 송부한 공조요청서를 법무부장관이 심의하고, 최종적으로 외교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제공동수사' 등 인터폴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터폴은 2010년대 들어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초국가적 범죄에 대한 수사지원을 강화하며 국제공동수사의 지휘 및 조정 기능의 비중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제공동수사는 인터폴 싱가포르 총국이 지역사무소와 각국 국가중앙사무국(NCB)을 통해 각국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고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 채널을 통하지 않고도 일시에 각국 경찰이 빠르게 협력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하다.
실제로 한국은 국제공동수사를 통해 로맨스 스캠과 범죄 구조가 유사한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대검찰청 연구용역 보고서인 '보이스피싱 피해유형별 구체적 예방 방안에 관한 연구'에 제시된 예시들에 따르면 국제공동수사를 통해 대략 한두달 동안 많게는 천여명 규모의 다국적 조직 검거 및 송환이 이뤄졌다. 공조 수사의 성격을 돌이켜 봤을 때는 비약적인 속도로 수사가 이뤄진 것이다.
공조 수사를 위해서는 사이버범죄 협약(부다페스트 협약) 가입도 필수다.부다페스트 협약은 사이버범죄 영역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국제협력 체제를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발효된 협약이다.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할 경우 사이버범죄 수사 협조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협약은 사이버 범죄 형사법 통일과 증거 수사와 기소에 필요한 형사절차법상 권한을 규정하고 있기에 상대국과의 형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윤해성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터폴에 수사를 요청하면 10개 중에 1개 정도가 받아들여진다"이라며 "부다페스트 협약에 가입이 안 돼 있으면서 (사이버 사기 범죄에) 대응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 역시 로맨스 스캠 관련 국정감사 자료에서 해당 협약을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로맨스 스캠의 경우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이 절실하다. 주 활동지인 나이지리아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가 다수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국과 핫라인(직통 연결)을 통해 긴밀히 소통할 수도 있어 가입 시 공조 수사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총 70개국이 가입국으로 들어가 있지만 한국은 예외다. 한국은 일전까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2019년 익명성을 제공하는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이 주 무대였던 N번방 사태를 기점으로 가입을 추진하는 단계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