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인 특판 가구 10년 넘게 담합한 행위 적발
가구 및 건자재 업체 담합 끊이지 않아
분양가 상승, 혈세 낭비 등 부작용 없애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국내 유명 가구 회사들이 신축 아파트에 붙박이(빌트인) 특판 가구 납품 입찰에서 10년 넘게 담합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주사위를 굴리거나 제비뽑기로 입찰 순서를 정해 들러리와 낙찰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일감을 나눠가졌다.
이동훈 부동산부 차장 |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738건의 특판 가구 구매 입찰과 관련해 밀약이 이뤄졌으며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31억원을 부과했다. 담합한 회사에는 현대리바트, 한샘 등 유명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담합 행위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도 문제지만 높아진 입찰액은 공사비 증가로,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분양가가 높아짐으로써 시민들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떠안은 꼴이 됐다.
최근 분양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 2월 서울의 민간아파트 3.3㎡ 평균 분양가는 3787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4% 치솟았다. 땅값 변동률은 크지 않았으나 건설사가 짓는 공사비가 많이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까지만 해도 480만3000원 수준으로 500만원을 밑돌았으나 3년 만에 40% 이상 상승한 것이다.
분양가 상승이 일부 가구업체의 담합만으로 치솟진 않았겠지만 감독기관의 철저한 시장 관리로 부당한 상승 요인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분양가에 무주택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도 사라질 수 있다. 또 분양가 불안은 기준 주택시장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집값 불안을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
주택 조성공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의 담합, 짬짬이 등은 드러나지 않은 게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극도로 조심스럽게 진행되기 때문에 내부 관계자의 신고, 고발이 아니라면 발주처나 감독기관이 잡아내기 힘든 부분이 있다. 10년간 이뤄진 빌트인 특판 가구 구매 입찰에서 발주처인 건설사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불법적인 업계 담합 행위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20년 전봇대 형태의 콘크리트 파일 공공 입찰에서 담합을 통해 6600억원어치의 사업을 따낸 17개 중소업체가 47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맞았다. 건설사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입찰을 담합한 건설사 20곳이 552억원을 배상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여기에는 10대 건설사 다수가 포함돼 있다.
죄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건설업계의 담합 행위를 뿌리 뽑을 때가 됐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가담 정도나 낙찰받은 금액 등을 고려해 통상 6개월에서 2년까지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된다. 통상적으로 벌점과 계약금의 10% 정도의 과징금이 가장 흔하게 내려지는 조치다. 아직 담합을 이유로 건설면허가 취소되거나 입찰제한이 영구적으로 내려진 경우가 없다.
공정한 경쟁질서가 훼손될 뿐 아니라 민간공사는 분양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낳고, 관급공사에서 국민의 세금이 낭비된다는 점에서 담합 기업에 '원 스트라익 아웃' 등의 강력한 제재가 요구된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