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서울 운영 노하우 '러브콜' 쏟아져
'더현대 글로벌' 론칭...일본에 첫 진출
국내 브랜드 내세워 수출 전초기지 역할
일본 앞서 태국에서 'K콘텐츠 전문관' 열어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일본을 비롯한 해외 백화점을 벤치마킹하던 우리 유통업계가 역수출에 나선다. 현대백화점이 MZ세대 성지로 키운 더현대서울의 노하우를 일본에 전수하기로 하면서다. 현대백화점은 일본을 비롯한 해외 유통시설에 매장을 열고 국내 브랜드를 직접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K-백화점' 알리기에 나선다.
현대백화점의 K콘텐츠 수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이 도입되는 일본 대형 유통 그룹 파르코(PARCO)의 도쿄 시부야점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
◆'더현대 글로벌' 론칭...일본에 첫 진출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K콘텐츠 수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을 출시하고 첫 진출지로 일본을 선정했다. '더현대 글로벌'은 한국 토종 브랜드를 소싱해 해외 유명 리테일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중 일본 대형 유통 그룹 파르코와 더현대 글로벌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1953년 설립된 파르코는 '아트&컬처'를 키워드로 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총 16개 점포를 운영한다.
현대백화점과 파르코는 일본 도쿄 최고의 'MZ 쇼핑몰'로 꼽히는 파르코 시부야점을 시작으로 일본 주요 도시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계획이다. 팝업스토어 브랜드는 현대백화점이 직접 발굴해 K패션 아이콘으로 성장한 브랜드로 엄선한다.
내달 시부야점에서 1호 팝업스토어로 노이스 매장을 열고, 이후 이미스, 마뗑킴, 미스치프 등 11개 브랜드에 대한 단독 팝업스토어를 총 660㎡(약 200평) 규모로 순차적으로 운영한다. 패션뿐만 아니라 최정상급 아이돌 등 K-엔터테인먼트 콘텐츠도 함께 선보이는데, 노이스의 경우 배우 박서준 초청 특별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시부야점 팝업스토어 현지 마케팅 및 매장 운영 지원 등은 일본에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누구(NUGU)'를 운영하고 있는 유통사 메디케어랩스와 협업해 진행한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글로벌 매장 대부분을 경쟁력 있는 토종 중소‧중견 브랜드로 채울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브랜드는 공간 대여, 인테리어, 별도 판매 수수료 계약 체결 등의 부담을 덜게 돼 직접 해외 리테일에 입점하는 것보다 30%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현대백화점의 설명이다. 글로벌 리테일 입장에서도 현대백화점의 검증을 거친 신뢰성 있는 브랜드로 MD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돼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 2월 20일 태국 방콕 시암 피왓 빌딩에서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왼쪽)과 차다팁 추투라쿨 시암 피왓 그룹 총괄 CEO가 MOU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 |
◆더현대 서울 노하우 배우러 해외 유통업체 줄줄이 방문
유통업계에선 우리 백화점이 일본, 유럽 등 해외 백화점을 벤치마킹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운영 노하우를 수출할 만큼 역량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도 현대백화점 특유의 K콘텐츠 바잉파워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란 판단에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특히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7월부터 외국인을 위한 '벤치마킹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해외 유통업체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루미네·한큐, 멕시코의 엘 팔라시오 데 이에로(EL Palacio de Hierro), 태국의 시암 파라곤과 같은 각국의 백화점·쇼핑몰 기업들이 다녀갔다. 또 네슬레(스위스), 제너럴밀스(미국), 포르쉐(독일) 들도 더현대 서울의 콘텐츠 홍보 노하우를 배워갔다.
지난해 8월 더현대 서울 벤치마킹 투어를 참여한 일본 루미네 백화점 임원진들은 K-패션 브랜드가 포진된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를 둘러본 후 K-팝, K-뷰티에 이어 K-패션에 대한 인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 뿐만 아니라 2030세대 VIP 전용 라운지 'YPHAUS'를 둘러보며 젊은 세대 고객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마련한 백화점의 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더현대 서울의 투어프로그램은 최근 태국 시암 피왓 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암 피왓 그룹은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코로나19와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MZ세대 메카'로 자리잡은 더현대 서울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쇼핑 공간에 머물던 백화점에 대한 인식을 깨고 오프라인 리테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후문이다.
지난 2월 협약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태국 수도 방콕에 운영중인 쇼핑몰 내 'K콘텐츠 전문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K콘텐츠 전문관을 K푸드·K팝·K웹툰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다양한 K콘텐츠로 구성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K콘텐츠 전문관 일부 매장에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를 입점시켜, 이들 브랜드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방침이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 글로벌 론칭은 기성 패션 MD에 머무르던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깨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볼 수 없던 브랜드와 콘텐츠를 끊임 없이 제안하는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도 K패션 브랜드 등과 동반성장하며 더 많은 고객에게 인상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