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환자단체와 면담 취소
"대면에서 온라인 회의로 했다가 일방적 취소"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진료실에 남아계신 선생님들에게 항상 감사했는데 교수님들까지 파업에 나가신다니 마음이 불안하고 한편으로 실망스럽다. 자식들도 다 해외에 있어 나 같은 고령자들은 선생님들에게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6일 서울에 있는 한 대형 병원에서 만난 70대 노모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공의 사직으로 불거진 의료대란이 교수 사직으로 이어지면서다.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환자들은 혹시라도 있을 불이익을 걱정하며 인터뷰를 망설였다.
신수용 사회부 기자 |
정부는 협의체 구성을 의료계에 제안하는 등 대안 모색에 나섰지만 환자들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어디에도 초대되지 않았다. 의료대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있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연일 의료진을 만나 간담회를 여는 등 의료개혁 정책에 대한 협조와 설득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달 26일 간담회를 열고 '빅5' 병원과 연계된 대학 총장 등을 초대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를 만나 중재에 나섰다.
환자단체와 만남엔 소극적이다. 지난달 2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를 방문했고, 같은 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6개 소비자단체 대표를 만나는 등 소비자의 의료 이용 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데 그쳤다. 조 장관이 약속한 한국중증질환연합회와 면담은 취소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태현 한국 루게릭 연맹회(한국 중증 질환 연합회 소속)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이 시간에도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을 해결해보려고 (만남을) 제안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과 보건의료정책과장과 대면 논의가 (온라인) 줌(ZOOM) 화상회의로 변경됐다가 일방적으로 취소됐다"고 말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중증질환연합회는 "환자의 치료와 생명권은 두 기관의 경쟁적 강강 싸움의 도구나 수단으로 전락할 대상이 아니다"며 "정부는 환자단체와 의료계가 동시에 참여하는 논의 테이블을 열어 의료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더욱이 정부는 의료계를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사고 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법 제정안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특례법 제정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보상한도가 정해진 보험)에 가입한 경우 미용·성형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 과정에서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응급·중증질환·분만 등 필수의료 행위의 경우 환자에게 중상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의 '의료분쟁 제도 개선 협의체'에서 탈퇴할 정도로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을 다시 협의장에 다시 앉힐 대안 마련이나 의료계와 정부, 환자단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간담회는 아직이다.
환자단체와 소통에 인색한 건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당선 직후 "필요하다면 전공의 대표·의대 교수들을 충분히 포함해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협의체 구성에 환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의료대란 사태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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