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홀딩스, 모녀 패배 후 한미그룹과 통합 중단 선언
서진석 한미약품 이사 사임해야…우기석 대표 지속
제약 바이오 분야 계속 두드린다…해외도 열려있어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한미와의 통합 실패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또 다른 좋은 기회를 찾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OCI빌딩에서 열린 OCI홀딩스 '제50기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들의 생각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서로 잘 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니 손해배상 청구할 일은 아니고, 한미그룹 가족이 잘 화합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아영 기자] |
전날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합에 반대한 형제 측(임종윤·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양사의 통합은 불발됐다. 소액주주의 표심이 통합을 주도한 한미그룹 모녀 측(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을 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합 중단으로 이날 OCI홀딩스 정기 주총에서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가 사외이사 후보에서 자진 사임하면서 선임 안건이 자동 폐기됐다.
이어 "통합 추진 과정에서 한미쪽과 인적 교류가 있었는데, 사내이사로 선임된 서진석 OCI홀딩스 대표는 한미 이사회가 원하지 않으니 당연히 사임해야 한다"면서도 "우기석 부광약품 대표는 약한 영업력을 보충해 줄 최적의 경영자이므로 (본인이 원해도) 보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지난 27일 정기주주총회 추인을 받아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통합무산으로 사내이사 및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반면 우 대표는 한미약품그룹 출신이지만, 국내 의약품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이유로 대표직을 유지한다. 앞서 지난 22일 열린 부광약품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우 대표의 사내 이사 선임이 통과된 바 있다.
이 회장은 한미약품과의 통합 재추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힘을 합쳐도 통합이 어려운데 이런 상황에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OCI홀딩스는 석유·화학에서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변신한 독일 바이엘의 길을 따라 글로벌 선도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협력 대상 기업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해외 기업도 좋은 곳이 많기 때문에 꼭 국내 회사만 볼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 불발로 인한 허심탄회한 속내와 주가에 대한 견해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생각이 다른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이번 통합 불발로 다시 한번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10년간 태양광에서 등락을 많이 경험하기도 했고, 최근 OCI가 투자를 하면 오히려 주가가 하락해 고민이 많았다"며 "널뛰기 하는 실적을 피하기 위해 향후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 투자는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의 일환이다. 그는 이 회장은 "말레이시아는 향후 엄청난 성장 가능성이 있다"며 "바로 옆에 있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말레이시아와 문화권도 같아 10년 후에는 인도 다음으로 거대한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돼 공략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OCI홀딩스의 주력 사업인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최대 거점으로 알려졌다.
한편, OCI홀딩스는 이날 주총에서 주당 33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 배당률 약 3%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년(주당 2500원) 대비 32% 늘었다. 배당금은 4월 12일 지급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김옥진 선임의 건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일부 변경의 건 ▲자기주식 소각을 위한 자본금 감소 승인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7개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