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얼굴 없는 화가'로 알려진 영국 유명 그라피티 예술가 뱅크시의 정체가 법적 다툼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술품 수집가 니키 카츠와 레이 하우스 씨는 뱅크시의 공식 작품 보증기관이자 작품 판매를 주관하는 회사 페스트 콘트롤이 자신들이 수집한 뱅크시 작품의 진품 여부 확인을 거부하고 있어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한 수집가의 유품에서 3만 파운드(약 5082만원)를 주고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연상케 하는 왕관과 목걸이를 쓴 뱅크시의 원숭이 판화 '원숭이 여왕'(Monkey Queen, 2003)을 구입했다. 해당 작품은 150장 한정 인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시의 작품 중 하나인 '풍선과 소녀' [사진=뉴스핌 DB] |
구입 당시 이 작품의 판매 혹은 수집된 이력이 담긴 서류가 없어 진품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던 이들은 페스트 컨트롤에 진위 여부 확인을 요구했지만 지난 3년간 어떠한 답변도 얻을 수 없었다.
상당한 뱅크시 작품을 소장 중인 카츠 씨는 원숭이 여왕 작품이 진품이라면 5만 5000~7만 파운드의 가치일 것이라며 "그들(페스트 컨트롤)은 뱅크시 공식 검증인이라고 주장하면서 3년째 진품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면서 진품 여부 확인에 50파운드도 지불한 상태라고 알렸다.
페스트 컨트롤은 진품 확인 절차가 세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면서 그간 수천 장의 진품 증명서를 발급했다는 입장이다.
가디언은 "재판 결과에 따라 뱅크시의 본명 등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1990년 처음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뱅크시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뱅크시는 BBC방송과 지난 2003년 인터뷰에서 "당신의 본명이 로버트 뱅크스냐"는 질문에 "로비(Robbie)"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후 그의 정체가 영국 밴드 '매시브 어택'의 멤버 로버트 델 나야, '고릴라즈'의 제이미 휼렛, 전 TV 프로그램 진행자 닐 부캐넌이라는 등 수많은 추측이 나왔다. 지난 2008년에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뱅크시의 정체가 34세 로빈 거닝햄 씨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 뱅크시가 직접 아니라고 밝히면서 그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가디언은 뱅크시의 정체가 드러나면 그의 작품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의 전문 딜러인 존 브랜들러 씨는 뱅크시 작품 가격이 이미 3년 전보다 훨씬 낮아졌다면서 '경찰차'(Police Car, 2003)의 경우 "2~3년 전만 해도 150만~200만 파운드를 호가했다면 한 달 전 파리에서 30만 파운드에 거래됐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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