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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유통법 개정안 폐기 코앞…산업부 "개정 시급"

기사입력 : 2024년03월06일 10:00

최종수정 : 2024년03월06일 10:00

'유통법 개정안' 산중위 계류 중…5월 폐기 임박
대형마트 손발 묶이자 이커머스 업체 시장 장악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의 폐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국회를 향해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유통법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로, 이번 국회의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할 시 다음 국회 개막과 함께 자동 폐기된다.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과 아직 개정안이 통과해야 할 절차가 한참 남았다는 점 등에서 사실상 처리가 불가능할 것이라 보는 시선이 적잖다.

◆ 대형마트 새벽배송 '수도권'만 되고 '지방'은?…업종 간 불공정 문제도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산자위 소위에 계류돼 있는 유통법 개정안의 당위를 설득하기 위해 장관을 필두로 새벽배송 현장을 방문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22일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도 새벽배송을 할 수 있도록 영업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형마트는 유통법에 따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고, 이 시간에는 온라인 배송도 불가능하다.

[사진=BGF]

다만 대형마트가 아닌 물류센터에서는 새벽배송이 가능하다. 수도권에 사는 주민들이 쓱(SSG)닷컴의 풀필먼트센터를 통해 새벽배송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유다. SSG닷컴은 이마트와 같은 신세계 계열사지만, 대형마트가 아닌 온라인 유통 분야의 별도 법인으로 운영돼 새벽배송을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수익이 돌아가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하기 때문에 대형마트는 자사의 물류창고를 활용하는 등의 우회도 시도할 수 없다.

이는 결국 김포에 소재한 SSG닷컴이 물리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 거리인 인천·경기·서울 등 수도권 지역 주민들만 새벽배송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맞벌이부부와 1인가구 등이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새벽배송 수요도 함께 늘어가고 있지만,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해 지방 주민들 사이 불만이 불거져 나왔다.

업종 간의 불공정 문제도 지적된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동안 쿠팡·컬리·오아시스 등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새벽배송 시장을 독차지하며 급속 성장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5000억원, 지난해 11조9000억원으로 각각 추산된다. 3년 만에 약 4.7배 뛰어오른 셈이다. 시장 선점에 진작 실패한 대형마트는 차후 새벽배송에 뛰어든다 해도 이커머스 업체와의 격차를 좁히기 쉽잖을 공산이 크다.

◆ 처리 가능성 '불투명'…안덕근 "개정안 통과되면 지방 정주여건 좋아져"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경기 김포에 소재한 SSG닷컴의 풀필먼트센터를 찾아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필요성을 내세웠다.

그는 "정부는 지난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도 새벽배송을 할 수 있도록 영업규제를 합리화하기로 결정했다"며 "새벽배송이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맞벌이부부와 1인 청년가구의 생활여건이 크게 개선돼 지방 정주여건이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코너의 모습. 2023.06.28 pangbin@newspim.com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허용될 경우 이들은 신규 투자 없이도 기존 점포를 풀필먼트센터로 활용해 배송을 시작할 수 있다. 예컨대 SSG닷컴은 전국 90여개의 이마트 점포에서 온라인 주문·배송 처리센터(PP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이를 토대로 새벽배송을 전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를 합해 총 396개의 대형마트가 운영되고 있다.

앞서 강경성 산업부 1차관도 이마트 서울 청계천점을 방문해 "전국적으로 새벽 배송에 대한 국민 수요가 높은 데다 대형마트 업계도 서비스 공급을 위한 준비가 완료돼 있다"며 "유통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는 상황이다. 이번 국회의 임기는 오는 5월 29일까지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데다 4월에는 총선이 치러지며 정국 구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속된 말로 '땡처리 국회'라 불리는 5월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총선 직후의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의 여야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개정안은 아직 소위에 머물고 있는 상태로,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마저 거쳐 본회의 표결까지 올라가야 한다.

정부는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국회에서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기존 개정안은 폐기하고 다시 발의해야 하기 때문에 소요되는 시간이 한참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 이미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제경희 산업부 중견기업정책관은 "이번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안 되더라도 다음 국회에서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은 워낙 국민들이 원하는 사안이기도 하고, 내용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 (재발의 하더라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로서는 영업규제가 빨리 합리화돼 지방 소비자들도 혜택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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