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
"인플레이션 감안하면 아직 저렴"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금 가격이 온스당 21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올해 빼곡히 예정된 주요국 선거 일정 및 중동 지역의 갈등 상황 등이 금 수요를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기대 속에서 금 가격이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조만간 온스당 2300달러 돌파도 어렵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5일(현지시간) 금 현물은 장중 전장보다 온스당 2141.59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금값은 지난해 12월 온스당 2135.4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올해 처음으로 신고가로 치솟았다. 뉴욕상업거래소(COMEX)의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장중 0.6% 상승한 2137.80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다양한 측면에서 지지가 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이라는 전망은 대표적인 금값 상승 요인이다. 금값은 단기 미 금리 전망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낮은 금리는 수익률이 없는 금값을 띄운다. 트레이더들은 오는 6월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한다.
액티브 트레이드의 리카도 이반젤리스타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제 전망을 둘러싼 우려와 지정학적 갈등, 조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은 금 수요를 증가시켰다"면서 "미국 금리는 금값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리스크(risk, 위험)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TD 증권의 바트 멜렉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금값이 오르는 큰 이유는 시장 참가자들이 점점 연준의 금리 인하가 멀기보다는 가까워졌다고 믿기 때문"이라면서 "시장은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2분기 23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골드바.[사진=블룸버그] 2024.03.06 mj72284@newspim.com |
이처럼 미국 금리 전망이 금 가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주 금값 방향성을 결정지을 수 있는 이벤트에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일과 7일 미 연방 의회 반기 통화정책 증언에 나서고 8일에는 2월 고용 지표가 발표된다. 파월 의장이 기대보다 매파적일 경우 금값은 상승분을 일부 반납할 수 있다. 반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으로 발언한다면 금은 추가 랠리를 펼칠 수 있다. 8일 고용 지표도 같은 방식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의 강도를 변화하며 단기 금 시장이 방향성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위즈덤 트리의 니테시 샤 원자재 전략가는 "연준이 당장 금리 인하 기대를 희석하면서 금 가격이 일부 상승분을 되돌릴 수 있겠지만 금리 인하가 확실해지면 금 가격은 상당히 높이 올라 거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와 올해 전 세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거 일정도 안전자산인 금 가격에는 호재다. ING 그룹의 에와 맨티 원자재 전략가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과 앞으로 다가올 미 대선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을 지지하면서 금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값이 여전히 저렴하다고 본다. 금 가격은 2000년 이후 600% 이상 상승했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지난 1980년에 기록한 온스당 850달러 밑을 맴돌고 있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3000달러에 달한다.
도이체뱅크의 짐 라이드 전략가는 "실질 기준에서 금값은 1980년과 2011년, 2020년에 기록한 고점에 비해 훨씬 더 낮은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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