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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 중앙과 지방의 기능적 분권화로부터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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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균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중앙과 지방의 기능적 역할 분담으로부터의 해법

대한민국의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 명대, 65세 이상 노인은 인구 전체 인구의 18.4%, 전국 시군구의 52% 지역이 소멸 위험 지역, 그야말로 국가경쟁력을 상징하는 잠재 지표들이 모두 빨간불이다. 이대로는 한국인이 역사상으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정부는 지금 부처를 막론하고 초저출산율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한 아동 보육, 청소년 입시, 직장의 일·가정 양립 제도, 주택 가격 안정화 등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고령화 인구에 대처하기 위한 노인 일자리 창출과 노인 돌봄 서비스,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역활력타운 조성 등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세 가지 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겨운 투쟁 중이다.

국민대 행정학과 신계균 교수

안타깝게도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고, 실행한 정책마다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야말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정책들은 예산 먹는 하마였지, 어느 하나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정책들은 손꼽힐 정도다. 코너에 몰린 정부는 세 가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복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각각의 단기적인 방안을 내놓기에 급급하다.

근본적으로 정책 실행 이전에 충분한 사전 검토와 실험, 결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토대로 한 후속 대책과 대안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 또 복합적인 정책운영 보다 교육과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 특정 정책에 집중된 대책 마련, 중앙정부의 명확한 역할이 제시되지 않은 체 지자체로의 대폭적인 권한 이양, 각종 지역 우대 정책 등은 기대된 효과보다는 지역 스스로가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과 도전 의식을 약하게 만들었다.

이는 중앙정부의 재정 여력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지방정부에 대한 통제력 약화, 수도권 지역 거주민과 기업 및 교육 기관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당면한 세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은 과연 무엇인가? 필자는 반복되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을 더욱 기능적으로 역할 하게 하는 국가 거버넌스 체계의 재편으로부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연방주의 비용(The Price of Federalism)의 저자인 하버드 대학의 피터슨(Peterson) 교수는 오늘날 미국 연방주의 체계는 연방(federal) 정부가 복지, 의료 및 기타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사회 정책에 주된 책임을 지고, 주(state)와 지방(local)정부가 경제성장과 개발 중심의 정책 실현에 자율적인 권한을 가지며 지역의 경제적 현실을 고려하는 정책을 실행함으로써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피터슨이 제안하는 내용의 핵심은 중앙정부가 소득 재분배 정책에, 지방정부는 중앙으로부터 과감하게 위임된 권한을 토대로 경제 개발 정책을 실현하는 데 집중할 때 공공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터슨의 제안을 참고한다면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의 세 가지 위기를 근본적으로 국가 거버넌스 체계의 기능적 효율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지방을 서울에 대응하는 거대한 단일 경제권 구축으로 개발할 것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그 역할을 기능적으로 분리함으로써 차별화된 생활권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생애 주기적, 계층별 지역 공간 생태계 구축

지방은 거주 비용과 지리적 환경적 여유를 제공하는 공간으로써 더 개발해 출생부터 청소년기까지, 그리고 은퇴 후 노년층이 거주하는 곳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기반 시설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맞춰 주거, 보육, 교육, 노인 복지에 자원과 기반 시설을 집중시키고 행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청년기의 교육과 취업을 포함하는 성장기를 서울이나 수도권의 경제적 인프라를 통해 전문성을 기르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후 높아진 전문성을 가지고 지역으로 이주해 출생과 노년 생활을 이어가거나 은퇴까지 서울과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노후 생활을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는 생애 주기적 지역 공간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각 주기에 맞는 차별적인 정책과 사업을 마련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인구 과밀화와 높은 거주·생활 비용으로 인한 결혼 인구감소와 동시에 전국 최저의 출산율 지표를 가진 곳이다.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6개 주요 대도시 평균 출산율은 1.78인데 비해 주요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 1.49, 보스턴 1.54, 뉴욕 1.65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기준 일본 전체 출산율은 1.3인데 비해 도쿄의 출산율은 1.08에 불과하다. 다른 대표적인 국가를 보더라도 대도시 지역의 높은 물가와 주거비 등에 따른 결혼과 출산율의 비중은 낮다.

대도시는 경제성장과 기회 분배의 기능을 하는 곳이지 인구성장과 복지혜택 확대, 소도시와의 동반 성장을 목적으로 기능하는 행정 구역이 아니다. 따라서, 서울의 출산율을 우려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거대한 기반 시설을 가진 서울을 저출산과 지방소멸의 온상으로 지목하거나 자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서울 수도권 중심의 발전과 팽창이 지역 균형 발전을 저해했다거나 지방소멸을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할 바는 아니다. 오히려 오랜 기간 구축해 온 서울의 기반과 자원을 생애 대주기에서 일정 부분 활용될 수 있는 하나의 거점 도시로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서울과 비서울이 모든 영역에서 동일화하고자 노력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방은 노년층이 늘어간다고 걱정이다. 그런데 이것이 부정적으로 볼 일인가 필자는 반문하고 싶다. 각각은 전체 인구를 구성하는 계층일 뿐 청년층도 노년층도 우리 사회의 똑같은 구성원이다.

이들이 어디에 거주하던 인구통계학적으로 계층별로 차별화된 기반을 집중 개발 성장시키면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것이 지역화 전략이고 고유의 특성과 문화를 가지고 지역을 하나의 특성화된 거점 공간으로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 해법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향후 기업이 서울과 지방으로 산업체를 분산 구조화하게 하는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을 서울답게, 지방은 지방답게

결국 지역 간 경쟁 구도에서 세 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지방정부는 출산 장려 정책도 보험이나 투자 상품과 같은 하나의 서비스 상품으로 보고 소비자에게 접근해야 한다. 특정 지역을 생애 전주기에 거쳐 거주하는 공간이 아닌, 지역 전체를 생애 주기별로 분산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하고 계층별로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출산이라는 상품을 선택했을 때 이에 따라 제공받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이고, 이것이 얼마나 안정적인 생활과 노후를 보장해 주는지, 나아가 가족이라는 자산의 가치를 얼마나 높게 형성해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소비와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고객인 시민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했을 때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상품의 우수성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층을 비수도권 지역으로 유입하는 것이 반드시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우선적 대안은 아니다.

신중년이라고 불리는 은퇴 후 세대들이 경력과 전문성을 살리고, 잉여 노동을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지방이 경쟁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지방을 위한 전략적 가치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노동 단가를 낮춤으로써 유휴 인력과 질 높은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안정적인 노후 기반을 가진 노인층을 유입할 수 있는 상품 또한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2030년 약 168조 원까지 성장할 국내 실버산업의 규모를 예측할 때 지방은 적극적으로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을 조성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지역 사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역량과 수준에 제한을 두지 않고, 사회 복지만큼은 중앙정부가 정책적 전문성과 재정을 지원하며 지방이 기업가적 도시(entrepreneurial city)로써 기능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정부가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판을 새로 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자원과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다.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이라는 국가가 당면한 우선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단기성 정책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책이 녹아들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결국, 중앙과 지방이 기능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역할을 재정립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신계균 교수는= 미국 미주리 대학교에서 정책행정학을 세부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럿트거스 대학교 공공정책행정 대학과 조지아공대 공공정책 대학에서 연구 및 강의를 거처 현재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행정학회, 한국정책학회 등 행정/정책분야 주요 학회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위원, 기획재정부 경영평가위원, 서울특별시교육청 성과평가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내적으로도 다양한 정책 성과관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책, 행정, 정치, 경제, 심리학의 융합적 접근을 통해 공공조직의 효율적인 성과관리 연구와 정책평가 방식을 다양화하는 양적, 질적 방법론을 정교화하는데 전문성을 넓혀왔으며, 최근 중앙과 지방정부의 개발과 복지정책 사이의 기능적 책임성을 통한 저출산 및 지방소멸 해법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wideope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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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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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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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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