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15조 가치 美 '위시' 2300억에 인수
유럽·북미 중심 세계 200여개국 서비스
이커머스업계 최초 글로벌 판매망 확보
알리와 사투 중 소상공인에 활로 제시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K-농기구' 열풍을 일으킨 호미를 해외에서 아마존이나 알리익스프레스가 아닌 우리나라 플랫폼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오픈마켓의 시초격인 구영배 사장이 세운 큐텐이 미국의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면서다. 한국계 기업이 글로벌 쇼핑 플랫폼을 구축한 것은 큐텐이 처음이다. 초저가 공세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쇼핑앱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알리의 대항마 역할을 맡을지도 관심이다.
구영배 큐텐 사장 [사진=큐텐] |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 13일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콘텍스트로직(ContextLogic)'가 운영하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1억7300만 달러, 우리돈으로 약 2300억원이다.
위시는 지난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설립된 쇼핑 플랫폼으로, 2020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2019년 기업공개(IPO) 당시 회사 가치는 112억 달러, 약 15조원에 달했다. 2017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앱이었고, 다음해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앱으로 성장했다. 당시 매출이 19억 달러(약 2조5000억원) 수준으로, 미국프로농구(NBA) 대표 인기구단인 LA레이커스의 유니폼 스폰서를 맡을 정도였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와 같은 중국 쇼핑앱이 미국에 상륙하면서 사세가 줄어들었다. 위시도 저가의 중국산 생활용품을 판매해 왔는데, 사업모델이 겹치며 매출 규모와 이용자 수가 크게 줄었다. 큐텐이 2019년 회사가치의 1.5% 수준으로 회사를 인수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업은 쪼그라들었지만 세계를 아우르는 위시의 배송망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현재 200여 개국 소비자들에게 33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전체 거래의 80%가 유럽과 북미에서 이뤄지며 두터운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고, 그 외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 중이다. 8000만개가 넘는 종류의 상품을 판매, 배송하고 있으며, 매월 1000만명 이상의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위시 인수로 큐텐의 사업지역은 아시아 중심에서 사실상 세계로 넓혀졌다. 싱가포르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큐텐은 국내에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을 인수한 데 이어 위시 인수로 사실상 세계 전역에 우리 상품을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플랫폼 기틀을 구축한 것은 큐텐이 처음이다.
위시 쇼핑앱 [사진=큐텐] |
큐텐은 특히 직구 상품과 사투중인 국내 소상공인에 활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알리, 테무와 같은 초저가 중국앱이 국내 이용자들을 빨아들이면서 국내 소상공인들은 중국업자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알리를 필두로 중국 판매자들이 국내 시장에 침투하는 것처럼 우리 판매자들도 세계 각지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활로를 개척,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영배 사장은 "이번 인수로 큐텐과 위시는 세계 제조, 유통사와 판매자, 구매자들에게 진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포괄적 쇼핑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판매자, 제품의 해외 진출을 더욱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국내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큐텐의 궁극적 목표인 세계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해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큐텐 관계자는 "위시 인수로 국내 계열사인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와 거래하는 중소판매자들에게 세계 판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도 차별화된 글로벌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