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일본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 연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딘 진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가 강해지면서다. 엔화가 약해지면서 일부에서는 일본 통화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날 미국 동부 시간 오후 1시 52분 달러/엔 환율은 전장보다 0.97% 상승한 150.79엔을 기록했다. 달러당 엔화가 150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연초 이후 달러/엔 환율은 7% 가까이 상승했다.
일본 엔화의 약세는 이날 발표된 미국의 인플레 지표가 월가 전망치를 상회한 영향이다. 미 노동부는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 달 전보다 0.3%,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9%를 기록했다. 앞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CPI가 1년 전보다 2.9% 올랐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처럼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후퇴시켰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6월부터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개시할 가능성을 가장 유력하게 반영 중이다. CPI 발표 전 시장은 5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 엔화 [사진=블룸버그] |
이 같은 기대 조정에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날보다 0.68% 오른 104.88을 기록했다.
엔화는 이날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24년을 맞이하면서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출구 전략에 대한 전망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BOJ는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상황에 따라 1% 초과를 용인하기로 기존 정책을 유지했다. 지난해 10월 BOJ는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 상한 목표를 기존 0.5%에서 1%로 올리고 시장 상황에 따라 1% 초과를 어느 정도 용인하기로 한 바 있다.
AGF 인베스트먼트의 톰 나카무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로 시장에서는 엔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강해졌지만, 그들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고 지연된 정상화 사이클로 달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카무라 매니저는 엔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일부에서는 엔화가 심리적으로 중요한 150엔을 뚫고 약세를 보이면서 통화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과 10월 일본 당국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9조 엔(600억 달러)을 들여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지난 9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정부가 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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