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 올해 매출 예상치 작년보다 낮춰
원가율 상승, 사업 지연 등으로 이윤 확보도 부담
중동 및 아시아 등 해외시장서 공정 다양화 추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업황 부진이 예상되면서 올해 건설사의 실적이 대부분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 점쳐지고 있다.
건설업은 전통적인 수주 산업으로 경기 둔화가 실적에 즉각 반영되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주택경기 냉각에 신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원가율 부담도 만만치 않아 단기적으로 건설사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 건설사들은 해외시장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현대·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 올해 매출액 전년대비 감소
24일 건설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주요 건설사의 올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5% 안팎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9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6500억원 정도 낮은 29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년대비 매출액을 줄인 사업계획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건설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올해 건설사의 실적이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시잔=정일구 기자] |
추정치와 실제 수치 간 괴리율은 매출액보다 영업이익이 큰 편이다. 시장 상황이 악화할 경우 이같은 흐름은 더 확대된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9159억원으로 전년(7854억원) 대비 16.6% 늘어난 금액이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예상치(8407억원) 대비 900억원 정도 밑돌았다는 점에서 올해도 기대보다 부진할 공산이 크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추정치가 11조8950억원이다. 올해는 전년대비 1.4% 감소한 11조721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2020년 이후 3년 연속 이어가던 매출 성장세가 한풀 꺾인 셈이다. 영업이익은 작년과 비슷한 7600억원대를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공사 중 주차장 붕괴사고로 곤혹을 치른 GS건설은 올해 매출액 예상치가 13조2943억원으로 전년(예상치 13조6041억원) 대비 2.3%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 아파트 재시공으로 6000억원대 손실을 반영한 만큼 올해는 영업이익 회복이 최대 관심사다. 지난해 1300억원대 영업손실에서 올해는 3992억원 흑자가 예상된다. 다만 2018년 창사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실적 정상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 해외시장 대형 프로젝트로 돌파구 모색
대형 건설사들은 국내 건설업황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형 프로젝트 참여를 늘리고 공정 기술도 다양화한다.
현대건설은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대형 원전을 포함한 소형모듈원전(SMR), 원전 해체, 사용 후 핵연료시설 등 원자력 전반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한다. 사우디 아미랄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졌던 중동지역에서 비경쟁·고부가가치의 수주를 강화한다. 이를 통해 올해 신규수주(29조원) 중 40%를 해외에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사우디 네옴(NEOM) 터널, 사파니아 유전(36억달러), 파드힐리 가스전(47억달러) 등의 입찰을 계획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기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신년사에서 "해외에 답 있다"고 말할 정도다.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 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외시장에서는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플랜트 사업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싱가포르 부동산 개발, 캄보디아 투자개발 등의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대형 건설사 재무담당 한 임원은 "PF 리스크에 노출된 중소형 건설사보다 자금 사정이 낫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원가율 상승, 사업 지연 등으로 실적 불확실성은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한다고 해도 본격적인 매출 기여까지 2~3년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당분간 보릿고개 시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