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서 수면마취제 의존·투약 사실 인정
변호인 "실망 안겨드려 죄송…깊이 반성"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 투약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38·본명 엄홍식) 씨 측이 재판에서 "우울증을 오랫동안 앓아 담당 의사의 판단으로 수면마취제를 투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박정길 박정제 지귀연 부장판사)는 23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유씨와 지인인 미술작가 최모 씨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배우 유아인이 23일 오전 상습 마약 혐의에 대한 1심 2차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4.01.23 leemario@newspim.com |
유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유명인으로서 대중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삶을 살며 우울증과 공황장애, 수면장애를 오랫동안 앓았다"며 "그 과정에서 여러 의료시술을 받고 수면마취제에 의존성이 발생했고 투약이 이뤄진 점은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다만 "시술과 동반해 처방받았고 수면마취제만 투약한 사실은 없다"며 "수면마취제 선택은 담당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으로 이뤄져 피고인이 관여한 바는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지난 기일과 마찬가지로 최씨와 함께 미국에서 세 차례 대마를 흡연한 부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유씨가 가족 명의로 수면유도제인 스틸녹스를 불법 처방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나 처방전을 제시하고 약사로부터 직접 구매한 것으로 마약류관리법 위반죄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피고인은 대마를 권유하거나 건네지 않았고 문자메시지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대마 수수 및 흡연 교사, 증거인멸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을 믿고 지지한 분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공소사실에서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을 지적하고 법리적으로 문제 있는 것을 다툴 뿐"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진술 기회를 주자 유씨는 "변호인 의견과 같다"고 짧게 말했다.
다음 공판인 오는 3월 5일부터는 본격적인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병원 14곳에서 미용 시술 목적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레미마졸람, 케타민 등 의료용 마약류를 181회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1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44회에 걸쳐 타인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 받고 2022년 1월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한 혐의도 있다.
유씨는 지난해 2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지인들과 수사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증거인멸을 교사하고 같은 해 8월에는 자신의 대마 흡연 사실을 경찰에 진술한 유튜버에게 진술 번복을 종용하고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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