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공소제기 요구→검찰 반송→공수처 접수 거부
공수처 "법률적 근거 없는 조치"
檢 "공수처 법적 지위 고려해 재검토·보완할 수 있도록 이송"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감사원 간부 뇌물수수 사건'을 두고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를 거부하며 사건을 반송한 것에 대해 공수처가 접수를 거부하자, 검찰은 규정상 공수처가 수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사건을 검토한 결과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증거 수집과 법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증거와 법리에 대한 검찰의 의견을 기재한 관계 서류와 증거물 일체를 공수처에 이송했으나 공수처가 검찰의 이송 사유 확인도 없이 접수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020.01.09 mironj19@newspim.com |
앞서 공수처 수사2부(송창진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 24일 감사원 3급 간부 김모 씨와 그가 운영하는 A주식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였던 B씨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중앙지검에 공소제기를 요구하며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했다.
감사원 3급 공무원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는 포함되지만 기소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공수처는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중앙지검은 기소·불기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공수처로 다시 돌려보냈다. 검토 결과 현재까지 공수처의 수사 결과만으로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웠고, 검찰이 별도의 증거 수집이나 법리 검토를 진행해 혐의를 판단·결정하는 것보다 공수처가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공수처가 공소 제기를 요구한 사건을 반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공수처는 검찰의 사건 이송에 대해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은 과거 공수처법 제26조에 근거해 조희연·김석준 전 교육감 사건,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등에서 압수수색 등 보강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해당 사례들처럼 검찰이 자체 보강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를 한 검찰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중앙지검은 다시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법과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등을 언급하며 공수처가 사건을 수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중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피의자의 개입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고',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됐음에도 이후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사건을 검찰에 송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 공소제기 권한이 없는 범죄에 대해 공수처는 사건을 검찰에 송부해야 하고, 검찰은 수사준칙 제18조 제2항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때에 사건을 공수처 등 다른 수사기관에 이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서도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이송받은 사건을 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공수처의 법적 지위를 고려해 공수처에서 자체적으로 증거관계와 법리를 재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다시 사건을 이송한 것임에도 공수처가 검찰의 이송사유 확인도 없이 접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향후에도 공수처에서 송부된 사건을 면밀히 검토해 관련 법률의 취지에 따라 효율적이고 적정한 형사사법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 간부 뇌물수수 사건은 감사원 3급 간부인 김씨가 전기공사 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해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본인이 감사 지원 업무 과정에서 친분을 쌓은 건설 시공사 관계자 등으로부터 본인 회사와 전기공사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하도급 대금 명목의 뇌물을 수수한 사건이다.
뇌물수수 대가로 공여기업으로부터 국내 대형 토목 사업 수주에 도움을 달라는 청탁을 받고, 본인의 감사 대상이자 사업 입찰심의위원인 모 정부부처 소속 공무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공수처의 판단이다.
김씨가 민간 기업과 공기업 등으로부터 수뢰한 뇌물은 총 15억8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그는 본인의 회사 대표와 공모해 2014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총 13억2000여만원 상당의 법인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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