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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택시기사 폭행' 운수회사 대표…첫 재판서 일부 혐의 부인

기사입력 : 2024년01월11일 11:37

최종수정 : 2024년01월11일 11:37

"모욕 인정하지만 폭행은 의도 없었다" 일부 혐의 부인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임금 체불 문제로 시위하다 분신해 숨진 고(故) 방영환 씨(55)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 운수회사 대표가 첫 재판에서 방씨에 대한 폭행 등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최선상 판사)은 11일 오전 10시께부터 근로기준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상해, 특수협박 등 혐의를 받는 해성운수 대표 정모(52) 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해성운수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방씨의 얼굴을 밀치고, 고인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으며, 위험한 물건을 던지려고 하는 등 방씨를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방씨는 1인 시위를 227일째 이어가던 지난 9월 26일 회사 앞 도로에서 몸에 휘발성 물질을 끼얹은 뒤 분신을 시도하고 열흘 뒤인 10월 6일 숨졌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공공운수노조 노조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동편에서 열린 '완전월금제 이행! 택시노동자 생존권 보장! 책임자 처벌!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마치고 서울고용노동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11.02 choipix16@newspim.com

정씨는 방씨가 사망한 지 한달 여 뒤인 지난해 11월 3일에는 또다른 직원 정모(72)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소화기로 위협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지난해 지난 7월 15일에는 고속도로에서 보복 운전을 해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한 혐의도 받는다.

이날 정씨 측은 방씨에 대한 모욕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폭행에 대해서는 "의도가 없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집회시위방해와 관련해서도 "폭행과 협박에 준하는 행위로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또 방씨가 사망한 지 한달 여 뒤에 정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위협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폭행 혐의는 인정했지만 모욕은 "피해자를 특정해서 모욕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밖에 지난해 7월 15일 고속도로에서 보복 운전을 해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보복운전의 피해자일 뿐 가해자가 아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다만 "구체적인 공소사실은 수사기록 열람 후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공공운수노조와 유족이 남부지법 앞에서 택시노동자 방영환을 죽음으로 내몰고, 근로감독 시정명령도 거부한 해성운수 대표에 대한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01.11 whalsry94@newspim.com

정씨가 지난 4일 법원에 보석을 신청함에 따라 이날 보석심문도 함께 진행됐다.

정씨 측은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하며 고인의 사망이 정씨의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들은 "방씨가 2022년 차를 반납하고 나가 회사는 자진해서 사직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해고무효소송이 제기됐다"며 "방씨가 주장하는 전액월급제의 경우에도 이미 회사는 근로계약서를 새롭게 작성하고 있었는데 본인이 서명을 안해놓고 전액월급제를 시행하라는 모순된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또 "방씨가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 근로계약에 따라 월 100만원 안팎의 월급을 지급하게 된 것"이라며 "이후 방씨가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넣고 법원에도 소송을 진행했지만 대부분 기각됐다. 책임이 있다면 법원과 노동위도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석을 허가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검찰 측은 "지위를 남용해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가치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대표적인 갑질 범죄"라며 "사안이 중하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수법, 이유, 피고인 행태 등을 비춰볼 때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과 재범 우려가 상당함으로 보석 청구를 불허함이 상당하다고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재판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유족은 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부당한 일을 당해 진정을 넣은 택시근로자들을 협박하고, 해고하고, 재판을 대법까지 이어가는 사이에, 근로자들은 지쳐서 떠나기를 반복해왔다"며 "동훈그룹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힘없고 약한 근로자들을 짓밟는 일들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성운수 대표가 제대로 된 엄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며 "석방되어 다시 근로자를 짓밟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mky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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