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4년째 총 25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 준 성금 총 9억6479만7670원
[전주=뉴스핌] 고종승 기자 = 젼북 전주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24년째 선행을 이어갔다.
27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3분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가 걸려 왔다. 중년남성의 목소리는 매년 이맘때 선행을 직감케 했다.
그는 "이레교회 표지판 뒤에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고 말하고 끊었다.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남기고 간 성금을 헤아리고 있다.[사진=전주시]2023.12.27 gojongwin@newspim.com |
주민센터 직원들이 그의 말을 따라 주민센터 인근 교회 표지판 뒤에서 A4 복사용지 박스를 발견했다.
상자에는 5만 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다. 금액은 모두 8006만3980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로 24년째 총 25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 준 성금은 총 9억6479만7670원에 달한다.
그가 남긴 A4용지에는 "올 한 해도 고생많으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가 남몰래 놓고 간 성금은 얼굴 없는 천사가 남긴 메시지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사용될 예정이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 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져 불리게 된 이름으로,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시는 그간 얼굴 없는 천사가 베푼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지역 주민에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했으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 인재에 대한 장학금 및 대학 등록금도 수여해왔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이러한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연상케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천사축제를 개최하여 불우이웃을 돕는 등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노송동 특화사업으로 매월 4일을 '얼굴 없는 천사의 날'로 정하고, 지역사회 노인들을 대상으로 △중식 제공 △이·미용 봉사 △문화누리카드 장터 개장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며 천사의 나눔 정신을 기리기도 했다.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는 올해 처음 제정된 HD현대아너상의 '대상'과 '1%나눔상'의 수상자로 결정되기도 했다. 시상금 2억 원은 전주시에 전달돼 '얼굴 없는 천사'가 평소 밝혀온 뜻에 따라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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