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경제 경제일반

속보

더보기

[슬기로운 직장생활] 육아휴직, 안심하고 돌아오세요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육아휴직 후 복귀했더니 '과장→영업사원' 발령
"부당한 전직 인정…부당노동행위는 아냐"

Ⅰ 사건 개요

대형 유통회사의 매니저(과장급)로 근무하던 근로자가 8개월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하려 하자 회사 측은 이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던 종전의 생활문화 매니저 직책은 이미 다른 근무자로 대체되어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원직복귀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 근로자를 영업담당 평사원으로 발령을 내렸다.

그러자 근로자는 위 전직 발령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남녀고용평등법(제19조)에 반할 뿐 아니라, 이 근로자가 당시 노동조합 부위원장에 취임한 것에 대한 불이익 취급이라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부당전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전직은 인정했으나,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참고로 이 사건의 1심 및 2심 법원은 노동위원회와는 달리 위 전직은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정했으나, 대법원은 노동위원회의 입장을 지지했다).

Ⅱ. 판정 요지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제19조 제3항), 또한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동조 제4항). 이 규정은 사용자가 이에 위반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강행규정이므로 매우 엄격하게 해석한 필요가 있다.

1. 전직(보직 변경)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

본 사건의 경우, ① 근로자가 육아휴직 이전 수행한 매니저와 복귀 후 평사원(영업 담당)의 업무를 비교해 보면, ⅰ)매니저는 생활문화 코너 전반을 총괄하고 부하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 권한이 있으며 매월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15만원씩을 지급받고 사택 수당도 평사원보다 5만 원 더 지급받지만, ⅱ) 평사원(영업 담당)은 담당 코너인 식품 담당 냉장 냉동식품 진열, 판매 등에 대해서만 담당하고 인사평가 권한이 없으며 매월 업무추진비 명목의 15만 원도 지급받지 못하고 사택 수당 금액 또한 매니저보다 5만 원 적게 지급받는점, ②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다른 직원들(11명)과 달리 유독 이 사건 근로자만이 복직 이후 10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평사원으로 근무하여 형평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되는 점, ③ 이 사건 근로자를 매니저에서 평사원으로 복귀시키면서도 회사 측은 이 사건 근로자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은 점, ④ 이 사건 근로자가 당초 예정한 1년간의 육아휴직 기간이 지난 시점까지도 이 사건 근로자에게 매니저 직책을 부여하지 않았고, 타 지점 매니저 자리로라도 발령을 내달라는 위 근로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평사원으로 인사 발령한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전직(보직 변경)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부당한 전직에 해당한다.

2. 부당노동행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본 사건의 경우, ① 회사가 이 사건 근로자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자 후임 대체 근무자를 충원함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의 조기 복직에 따라 당해 지점에 부여할 수 있는 매니저 자리에 해당하는 보직이 존재하지 않은 점, ② 이 사건 근로자가 노동조합 부위원장에 취임한 직후에 대체 근무자를 인사 발령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기적인 근접성 외에는 이 사건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가지고 이 사건 보직 변경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입증자료가 없는 점, ③ 그 외 이 사건 근로자에 대한 충성 각서 종용이나 회사 측의 노조 비하 발언 등도 부당노동행위라고 볼만한 입증자료가 부족한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보직 변경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본 사건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뚜렷한 쟁점이 없으므로 평석에서 생략한다).

[사진=중앙노동위원회]

Ⅲ. 검토의견

1. 이 사건의 쟁점 및 의의

이 사건은 매니저(과장급)로 근무하던 자가 육아휴직 후 복귀하려 하자, 회사가 이미 대체 근로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존 보직이 아닌 영업 담당 평사원으로 인사발령을 낸 것이 '육아휴직에 따른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제19조)에 위반되는지가 문제가 된 사안이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하여 남녀 고용 평등을 실현함과 아울러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한다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제1조)에 비추어 볼 때,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는 제19조는 강행규정이므로 일반적인 전직에 비해 더욱 엄격하게 해석한 다음, 그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육아휴직 후 전직의 정당성 판단기준

장기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하는 근로자에 대해 종전의 직무를 이미 대체 근로자가 수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하위직으로 발령을 내는 것이 정당할까? 이에 대해 본 판결은 육아휴직 후 전직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전직(근로기준법 제23조)과는 달리 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한 다음, 복귀 전후의 담당 직무, 각종 수당, 다른 근로자와의 형평성, 근로자와의 협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회사는 필요에 따라 근로자를 전직 또는 전보 처분 등의 이름으로 다른 부서로 배치전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배치전환은 근로자에게는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용자의 권리행사가 근로기준법 위반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무효라 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일반적인 전직의 경우에는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과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통상적인 전직의 경우에는 이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로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 행사이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이 사건에서 노동위원회와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이 상반되는 이유는, 노동위원회는 육아휴직 후의 전직을 강행법규인 남녀고용평등법(제19조) 위반으로 본 데 비해, 1심과 2심 법원은 이를 근로기준법 제23조에 기초하여 권리남용 여부를 판단한 것에 기초한다. 생각건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는 단순히 육아휴직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한 처분을 못 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후에도 휴직 전과 같은 수준의 업무와 직무에 복귀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같은 법 제19조를 강행법규로 엄격하게 해석한 노동위원회 및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글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슬기로은 직장생활]은 <뉴스핌>이 중앙노동위원회와 제휴를 맺고 위원회가 분기별로 발간하는 계간지 <조정과 심판>에 담긴 직장생활 노하우 주요내용을 연재하고 있는 기사입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사진
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