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이유로 처방받은 중독자는 징역 3년
재판부 "의사 지위 이용, 약물 오남용 위험 초래"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의료용 마약 펜타닐을 환자 한 명에게 대량으로 불법 처방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의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13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정의학과 의사 신모(59) 씨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650만원, 정형외과 의사 임모(42) 씨에게 벌금 5000만원과 추징금 79만원을 선고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펜타닐 판매 등 혐의로 집행유예 기간 중 펜타닐을 불법 처방받아 매수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환자 김모 씨에게는 집행유예 판결 확정 전 범죄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판결 확정 후 범죄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또 김씨에게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1억1900만여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김씨는 임씨로부터 처방받은 펜타닐 패치 중 124.5매를 판매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4월 기소돼 같은 해 7월 집행유예가 확정된 바 있다.
재판부는 "신씨와 김씨는 범죄를 모두 자백하고 있고 임씨는 김씨가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으로 통증을 호소해 펜타닐을 처방한 것일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하나 증거에 의하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신씨에 대해 "의사의 지위를 이용해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을 상대로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 등 약물을 처방해 개인적 이득을 취했다"며 "이렇게 처방한 약물의 횟수와 양이 매우 많아 우리 사회에서 약물 오남용의 위험성을 초래했다"고 질타했다.
임씨에 대해서는 "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료받으러 오는 것을 알면서도 1년 넘게 다른 치료나 약물을 권하지 않고 고용량 펜타닐 패치제만 처방해 줬다"며 김씨가 허리 통증 치료를 위해 펜타닐 처방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신씨는 2020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임씨는 2021년 6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김씨에게 업무 외 목적으로 펜타닐 패치제 4826매와 686매를 각각 불법 처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김씨에게 1시간당 0.0001g씩 3일 동안 피부에 흡수되도록 설계된 고용량 펜타닐 패치를 처방했다. 특히 신씨가 김씨에게 처방한 펜타닐 패치는 권고량 기준 40년 치에 달하며 4만538명의 치사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씨는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펜타닐을 처방한 의사 중 첫 구속 사례로 꼽힌다. 그는 불법 촬영 혐의로도 재판을 받았고 이날 10년간 신상정보 등록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함께 명령받았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