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 SK케미칼 상대 손배소 1심 승소
"계약 따라 소송 방어 비용 지급의무 있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애경산업에 가습기 살균제 원액을 공급한 SK케미칼이 관련 법적 분쟁으로 발생한 비용 약 36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7일 애경산업이 SK케미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6억4974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가습기메이트(CMIT/MIT) 독성실험 적정성'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애경산업은 2001년 5월 SK케미칼과 가습기 살균제 물품공급 계약을 맺고 이듬해 10월 제조물책임(Product Liability·PL)과 관련한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애경산업은 10년 동안 SK케미칼이 제공한 원료로 '가습기 메이트' 약 160만개를 판매했다.
그러나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한 일부 소비자들에게 폐질환이나 천식 등 피해가 발생하면서 유해 성분 논란이 일었다.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각종 소송에도 휘말렸다.
이에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과 관련해 해외에서 제기된 소송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변호사 보수와 손해배상금 등을 SK케미칼이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2019년 4월 소송을 냈다.
두 회사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SK케미칼이 제공한 원액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 및 신체 등에 손해나 사고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양사가 체결한 물품공급 계약 및 제조물책임 계약의 내용을 해석한 뒤 애경산업 측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SK케미칼은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 원액의 결함을 주장하며 제기된 소송 등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해, 판결, 결정 등으로 부담하게 된 손해배상금 상당을 지급, 보전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의 전직 대표 등 관련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내년 1월 11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1심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CMIT·MIT 물질 사용이 피해자들의 폐질환이나 천식을 발생시켰다거나 악화시켰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