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호재 부족한 울산, 거제, 부산 등 흥행 부진
건설사, 고금리·원가율 부담에 유동성 악화
투자심리 위축에 지방 미분양 확산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경기 한파로 시장에 관망세가 늘어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의 미분양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한 데다 고금리, 원자잿값 상승에 분양가 부담도 커져 내 집 마련의 시기를 늦추려는 대기 수요가 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 주택공급에 투입되는 사업비가 증가해 건설사의 유동성에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울산, 거제, 부산 잇달아 청약미달 사태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이달 지방에서 공급된 신규 분양물량이 대부분 '완판'에 실패했다.
우미건설과 명상건설이 함께 분양한 울산시 울주군 '울산 다운2지구 우미린 더 시그니처'는 1057가구 모집에 733명이 신청해 청약 경쟁률이 평균 0.69대 1에 머물렀다. 4억5000만원 수준인 국민평형(84㎡) 분양가가 부담으로 작용한 데다 투자수요가 감소한 것이 흥행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늘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방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핌DB] |
태원건설산업이 시공하는 경상남도 거제시 '오션 월드메르디앙 더 리치먼드'는 220가구 모집에 청약 신청자가 10명이 그쳤다. 주택형 3개 모두 미달했으며 선착순으로 잔여 물량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주 분양한 물량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이 시공하는 부산 남구 '해링턴 마레'는 지난 28일 1297가구에 대한 청약 1순위에서 798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2순위 청약으로 잔여 물량을 털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접수한 우성종합건설의 부산 해운대구 '더폴 디오션'는 176가구 모집에 31명이 지원하는데 머물렀다. 한화 건설무문과 HJ중공업이 공동 시공하는 대전 서구 '도마 포레나해모로'도 464가구 접수에 375가구가 몰려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 고금리·원가율 부담에 건설사, 유동성 악화 우려
주택경기 악화에 미분양이 늘면서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미분양 보유분이 증가하면 중도금, 잔금이 원활하게 유입되지 않아 사업자의 사업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수익성이 낮아지는 주된 이유다. 여기에 장기간 미분양이 소진되지 않으면 할인분양, 마케팅비용 등도 투입해야 해 주택사업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중견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 실적 부진으로 직결되는 경향이 강하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에 매출 원가율이 95%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매출채권, 미청구공사가 증가하면 기업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높아져 금융권 등으로부터 신규로 자금을 유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견 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하락 추세에 접어든 반면 분양가는 전년대비 평균 14% 상승하면서 신축 아파트의 공급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며 "지방 입지에 개발호재가 부족한 사업장은 청약률 부진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신규 사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