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당합병' 1심서 9분간 최후진술
"회사 위한 합병, 개인 이익 염두에 둔 적 없어"
검찰, 징역 5년 구형…"공짜 경영권 승계 성공"
2020년 9월 기소 이후 3년2개월만 1심 마무리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을 구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 모든 역량을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재판부는 "기록이 방대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선고는 내년 1월 26일 오후 2시에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14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7 leemario@newspim.com |
이날 이 회장은 미리 준비해 온 원고를 읽으며 약 9분간 최후진술을 했다. 그는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 도움이 되고 지배구조를 투명화, 단순화 하라는 사회 전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검사님이 주장하는 대로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다든가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가 결단코 없단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저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책무가 있다"며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시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할 책임과 의무를 늘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삼성그룹 임원들을 언급하면서 울컥한 듯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그는 "제 옆에 계신 피고인들에게 늘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며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고 했다.
이 회장의 왼편에 앉아 함께 재판을 받아 온 최지성 전 실장은 "8년이 넘는 기간 삼성은 사법리스크에 노출됐고 마지막 미전실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 회장이 장기간 재판에 매여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충기 전 차장은 "법을 어기거나 주주에게 피해가 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며 "구치소에서 지낸 생활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셔서 억울함을 벗겨주시기를 간청드린다"고 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변론 과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사실관계로 보나 법리로 보나 유죄가 될 수 없다"며 검찰의 기소를 비판했다. 또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넘기고 삼성물산 지분을 받는 거래를 한 것"이라며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좋은 회사가 될 것이라 판단했고 실제로 합병을 통해 튼튼한 회사가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이 사건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해달라"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최지성 전 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는 각 징역 4년6월에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차장에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왕익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김신·최치훈·이영호 전 삼성물산 대표에게 각 징역 4년과 벌금 3억원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게 징역 4년, 김용관 전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각 선고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삼정회계법인에 벌금 5000만원, 소속 임원 2명에게는 징역 4년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검찰이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2023.11.17 jeongwon1026@newspim.com |
재판부는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과 이날까지 열린 총 106차례 공판기일을 거쳐 기소 약 3년2개월 만에 1심 재판을 마무리했다.
이 회장은 2021년 4월 22일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고 변호인들도 사업상 합병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며 승계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검찰은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공모해 승계 계획안을 마련하고 실행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관련자 80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고 19만쪽이 넘는 수사기록 등 방대한 증거들에 대한 심리가 이뤄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회계방식 변경을 통해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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