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핌] 박승봉 기자 = 노숙자 22명을 유인해 이들의 명의로 유령법인 38개를 설립하고 법인통장 125개를 개설한 뒤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조직에 제공한 대포통장 유통조직 총책 등 조직원 3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경기・대전・대구 등지 노숙자 22명을 유인 이들 명의로 실체 없는 일명 허위법인(이하 유령법인) 38개를 설립하고 법인통장 125개를 개설한 뒤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조직에 제공한 대포통장 유통조직 총책 등 조직원 32명을 검거하고 이미 교도소에 수용 중인 9명 외 주요 조직원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전화금융사기 전담팀은 올 3월쯤 통장 개설책으로 활동한 A 씨로부터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전담팀은 공범 조직원들에 대한 수사 진행과정에서 38개 유령법인을 설립하여 해당 법인 명의로 총 125개 계좌를 개설・유통한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통장개설시 금융기관에 제출된 서류와 법인등기 대상자들의 수사기록・금융거래 등을 토대로 총책 등 관련 조직원 32명을 검거했다.
이 조직은 총책을 중심으로 실장-팀장-대리로 직급을 정하고 '통장개설팀(법인설립 및 통장개설)', 'A/S팀(법인서류,계좌관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4~5명의 조직원이 팀을 꾸려 활동했다.
특히 수사망이 조직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규 조직원부터 가명을 사용하여 실명을 모르게 하고, 대포차량・대포폰 사용과 팀간 사무실 위치를 공유하지 않는 등 조직원 간에도 철저한 비밀을 유지하고, 통장개설 하부 조직원이 수사기관 출석시 '인터넷 고수익 알바'란 허위진술을 하도록 하는 등 조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다양한 행동강령을 정해 2년여간 대포통장 유통조직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통장개설팀은 주거가 불명한 노숙인・신용불량자 등에게 100~2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겠다며 접근해 인감증명서 등 법인설립에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받고 법인을 설립한 뒤 금융기관에 대리인 자격으로 방문해 통장을 개설했다.
A/S팀은 총책의 지시를 받아 유령법인 서류 및 개설 통장 서류 등 관련 자료들을 지속 관리했다.
총책은 대포통장들을 80~300만원의 월정액을 받고 대여하는 방식으로 범죄조직에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숙자 22명을 유인해 이들의 명의로 유령법인 38개를 설립하고 법인통장 125개를 개설한 뒤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조직에 제공한 대포통장 유통조직 총책 등 조직원 3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2023.11.13 |
유통된 125개 계좌는 전화금융사기 또는 도박사이트 등 범죄조직이 사용했으며 1차 계좌(총 5501억 입금)로 54개 계좌를 사용하고, 나머지 계좌들은 1차 계좌 입금된 금원을 분산 이체한 2~3차 세탁계좌로 사용됐다. 또한 2~3차 계좌 입금액은 입금 직후 모두 또 다른 계좌로 송금되거나 출금되었고 1차 계좌 입금액 중 전화금융사기 피해자는 101명, 피해금액은 68억 상당으로 확인됐으며 1~3차 계좌 총 입・출금 거래내역은 1조 8200억에 달했다.
전담팀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사용된 71개 계좌에 대해서는 모두 지급정지하고 검거한 총책 등 주요 조직원 32명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은 물론 조직원 전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검찰 송치했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전담팀이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대포통장으로 추정되는 900개 법인 계좌 정보를 추가 발견하여 수사를 확대할 방침으로 추가 가담자를 발본색원하여 끝까지 추적해 전원 검거할 예정"이며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조직의 물적 기반인 대포물건 등 범행수단 차단을 위해 지속적인 단속을 전개해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제적 생활고를 겪는 일반시민들이 명의를 대여해 주고 대포 물건을 생성하는 범행에 가담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 될 수 있으니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금전적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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