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유가 변동성 인해 하향 조
"3대 구조개혁 못하면 1% 못 벗어나"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p)씩 하향조정했다. 예상보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질 뿐만 아니라 유가 변동성 등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다만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구조개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5년 뒤에는 1%대의 성장률에 갇힐 것을 우려했다.
◆ 고금리 영향에 민간소비 둔화…"물가안정 위한 긴축 기조 유지"
한국개발연구원은 9일 '2023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내다봤다. 이는 상반기 전망치인 1.5% 대비 0.1%p 하향조정한 수준이다.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0.9%)보다 높은 전년동기대비 1.4%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계절조정 전기대비로도 0.6%(연율: 2.5%)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 [자료=한국개발연구원] 2023.11.09 biggerthanseoul@newspim.com |
내수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건설투자는 지표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은 글로벌 교역이 둔화됐지만 반도체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부진이 완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민간소비는 고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소비심리도 다소 위축됐다.
설비투자가 감소로 전환됐고 건설투자는 아직까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업 경기 악화에 따른 건설수주 부진으로 향후 둔화될 가능성도 예상됐다.
내수 둔화의 영향이 반영되면서 물가상승률이 하락 흐름을 보이고, 취업자 수 증가폭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 부진이 완화된 가운데, 내수가 둔화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은 확대됐다.
대내외 경제를 종합적으로 보면, 향후 한국 경제는 내수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의 결과로 소비 증가세가 소폭 축소되는 가운데, 건설투자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세가 소폭 확대될 것"이라며 "물가안정을 위해 당분간 긴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물가상승세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물가안정목표를 상당폭 상회하고 있어 당분간 긴축적인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재정수요 급증으로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의무지출을 포함한 전반적인 재정지출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내년 상중하중…"3대 구조개혁 못하면 1% 못 벗어나"
KDI는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 역시 당초 2.3%에서 2.2%로 낮췄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나 올해 낮은 성장률(1.4%)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있어 경기 회복세는 완만할 것이라는 게 KDI의 예측이다.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상품소비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년(1.9%)과 유사한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투자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나 수출의 완만한 회복과 2023년(0.2%)의 기저효과로 인해 2.4%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는 주택부문을 중심으로 한 건설수주의 위축을 반영해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품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비스수출도 여행수요의 점진적 회복에 따라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규철 실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이 크지는 않겠지만 유가 전망에 대한 전제를 기존 배럴당 75달러에서 85달러로 상향했다"며 "기본적인 전망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주요한 위험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대 이상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해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분야의 구조개혁이 없다면 향후 5년 후에는 1%대 성장세에 머물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정책이나 글로벌 요인 등으로 3% 성장을 거두더라도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3%까지 가기도 어렵고 잠재성장률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감소 문제 등으로 잠재성장률 하락 자체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제시하면서 상반기 2.3%, 하반기 2.0%를 예상했는데, 실질적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했다.
내년 상반기는 경기가 저조했던 올해 상반기 대비 기저효과 영향을 받은 상황이고 하반기 역시 성장세가 2% 수준이어서 '상중하중'이라는 평가에 대해 KDI는 부정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정 실장은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의무지출을 포함한 재정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로 수렴할 수 있도록 현재의 긴축적인 기조를 당분간 유지해야 하나 외국과 같은 고금리로 갈 정도는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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