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성이나 질병과의 인과관계 인정하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발암물질 '라돈(Radon)'이 검출된 매트리스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제품을 제조·판매한 대진침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19일 소비자 478여명이 대진침대와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48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대진 침대 제품이 기존에 알려진 2만4천여 개가 아닌 두 배 이상 늘어난 6만여 개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진 침대 모델 7종에서 방사능 안전 기준치인 1mSv(시버트)를 넘는 수치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중 허용기준치를 9배 이상 초과한 제품도 있었다. 인체에 피폭되는 방사선량을 나타내는 측정단위로 낮을 수록 안전하다. 이번에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진 대진 침대 모델은 ▲그린헬스 2 ▲네오그린헬스 ▲뉴웨스턴슬리퍼 ▲모젤 ▲벨라루체 ▲웨스턴슬리퍼 ▲네오그린슬리퍼다. 16일 오전 서울 광진구 대진침대 중곡직영점의 문이 닫혀 있다. 2018.05.16 leehs@newspim.com |
소비자들은 "피고 회사가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침대 매트리스를 제조 및 판매했고 원고들은 수년간 위 매트리스를 사용하며 연간 피폭방사선량을 초과해 피폭을 당함으로써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중대하게 침해되는 손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지급을 주장했다.
또한 "국가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라 방사성물질을 사용해 가공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를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 사건 매트리스가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에 관해 조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국가배상도 청구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가 이 사건 매트리스를 제조·판매하기 시작한 무렵에는 방사성물질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제품을 규제하는 법령이 없었다. 또한 당시에는 가공제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의한 피폭량을 측정하는 구체적인 기준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며 "이러한 사정 등을 종합해볼 때 피고 회사가 제조·판매한 매트리스가 그 당시 기술수준에 비춰 기대가능한 범위 내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당시 법 질서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나아가 피고 회사가 이 사건 매트리스로 인한 피폭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이를 인식하지 못한 데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매트리스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물질로 일상생활 중 쉽게 노출될 수 있고 다만 일정량 이상의 방사성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피폭될 경우 인체에 위험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이 사건 매트리스로 인한 최대 연간 피폭선량은 13mSv로 이 정도 라돈에 노출된 경우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이 사건 매트리스를 사용함에 따라 건강상태에 위험이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 회사에 대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 제조물책임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및 주거환경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모두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가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 사건 매트리스와 같은 가공제품에 대한 조사계획 수립 및 시행의무를 소홀히 했다거나, 이 사건 매트리스가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음이 확인됨에도 관련 조치를 소홀히 하는 등 안전관리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나아가 이 사건 매트리스로 원고들이 건강상 이상이 발생하는 등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도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앞서 라돈 침대 사태는 지난 2018년 5월 대진침대가 제조·판매한 침대 매트리스에서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불거졌다. 조사 결과 대진침대는 일부 침대 모델에 음이온을 발생시키기 위해 매트리스에 방사성물질(모자나이트)을 도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규정한 피폭방사선 기준량을 최고 9.3배 초과하는 방사선이 검출됐다고 발표하고 제품 수거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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