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 7월 고점 이후 두 달째 하락
고가 주거지보다 중저가 지역 더 빠져
고금리 장기화, 경기둔화 우려에 고가낙찰 꺼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전국적으로 집값 반등세가 두 달 정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택시장 선행지표 격인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낙찰률이 하락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 주요 단지의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 가격 부담이 커진 데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불안심리가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건축 호재와 공급부족 등을 이유로 매수심리가 완전히 꺾이기보단 지역별 차별화 양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서울 아파트 낙찰률, 7월 36.1% → 9월 26.6% 뚝
5일 대한민국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매 낙찰률이 전달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연초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집값 하락기와 맞물려 10%대까지 추락했다. 경매물건 10건 중 1~2건이 새로운 주인을 찾는 데 그친 것이다. 이후 주택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5월 25.3%, 6월 26.2%로 상승했다. 7월에는 36.1%로 연중 최고치로 치솟았다. 고공 행진하던 낙찰률은 8월 32.9%로 전달대비 3.2%p(포인트) 하락하더니 지난달에는 26.6%로 더 낮아졌다. 두 달 연속 내리막이다.
강남권 경매도 낙찰률이 하락하거나 보합 수준을 기록했다. 서초구는 지난 8월 62.5%로 서울지역 최고 낙찰률을 기록했으나 9월에는 16.7%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는 50.0%에서 46.2%로 하락했고 강남구는 33.3%에서 38.5%로 소폭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매물이 많은 도봉구, 구로구, 관악구, 은평구 등은 아파트 낙찰률이 10%대 이하로 서울지역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낙찰률이 하락하면서 경매물건은 쌓이고 있다. 올해 1월 125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 8월 231건으로 늘었고 9월에는 271건으로 불었다.
수익형 부동산도 상황이 비슷하다. 상가는 경매 진행 건수가 지난 8월 49건에서 9월 70건에서, 오피스텔은 119건에서 148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연초 20%대 수준을 회복했던 낙찰률이 10%대 초반으로 하락하면서 경매물건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고금리 장기화, 경기둔화 우려에 고가낙찰보다 관망 확산
두 달 정도 이어진 집값 반등세에도 주택시장에 불안심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대출금리가 재차 상승하면서 매수 여력이 하락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지난 4일 기준 4.17~7.121%로 집계됐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상단이 7%대를 넘어섰다.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는 4.00~6.441%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정금리 역시 최근 하단이 4%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장기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어서 국내 대출금리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경매는 주택시장의 선행지표 격으로 인식된다. 낙찰 이후에도 통상적으로 전 소유자 및 세입자 퇴거, 인도명령 등을 거치면 재고 주택을 매수하는 것보다 재산권 행사가 늦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집값 변동에 대한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다. 최근 집값이 상승 거래되고 있지만 주택경기 전망이 불확실하다 보니 고가 낙찰을 자제하고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낙찰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며 "향후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실수요자의 관망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