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이 작품이 매력적이었던 게 명확한 빌런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순 있죠. 하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에서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만 다뤘다면 전 하지 않았을 거예요."
1920년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가 공개됐다. 무법천지의 땅 간도를 배경으로 일본군과 독립군, 청부업자, 마적이 뒤엉켜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 김남길이 도적단을 이끄는 이윤을 맡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남길 [사진=넷플릭스] 2023.09.27 alice09@newspim.com |
"작품이 20부작으로 준비가 됐던 거라서 캐릭터들의 서사들이 많이 빠져 있었어요. 결과적인 걸 먼저 보여주고, 어떤 서사를 가지고 있는지는 나중에 보여주자고 하시더라고요. 극을 끌고 가는데 도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서사만 풀린 거죠.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거지만, 다음 시즌까지 모두 촬영을 마친 게 아닌 이상, 다음 시즌은 장담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좋은 건 다 때려 넣자고 했거든요. 하하."
김남길이 연기한 이윤은 노비 출신으로 자신이 모시던 도련님 이광일(이현욱)을 따라 일본군이 됐다가 간도에서 도적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시대 속에서 이윤은 중립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대본을 받았을 때 명확한 빌런이 없었어요. 그래서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작품에서 빌런을 꼽자면 일본군과 친일파죠. 하지만 극중 최충수(류재명)의 대사에서도 나오지만 배경이 동포를 팔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에요. 나라의 시대가 어찌됐든 가족과 삶의 터전을 빼앗긴 상태에서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등 떠밀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생각했어요. 조선과 일본이 양 갈래로 나뉘지만 중립적인 입장이 매력적이었죠. 아마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면 전 이 작품을 안했을 수도 있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남길 [사진=넷플릭스] 2023.09.27 alice09@newspim.com |
노비 출신의 일본군이었지만, 도적단을 이끄는 인물이 된다. 혈혈단신으로 포병대 하나를 박살 낸 전적이 있을 만큼 싸움과 총기 사용에 능한 이윤은 자신을 면천시켜준 이광일의 곁을 떠나 간도로 향하게 된다.
"작가님이 표현하고 싶으셨던 건 나라를 잃은 사람들의 복수였을 거예요. 명분이 확실하니까요. 다만 복수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쉬운 건 아니라는 거죠.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들고,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렇게 살아질 수밖에 없고. 이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간도로 간 게 인상적이었어요."
'도적: 칼의 소리' 장르를 꼽자면 액션 시대극, 스릴러이자 만주 웨스턴이다. 간도의 광활한 대황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다보니 '한국형 웨스턴 활극'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렇기에 영화 '놈놈놈'이 언급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남길 [사진=넷플릭스] 2023.09.27 alice09@newspim.com |
"'놈놈놈'은 세 인물에 대해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저희 작품은 스토리에 강점이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도 서부영화를 많이 본 세대라서 그 시대적인 배경에서 차용된 부분이 있을 거예요. 웨스턴 장르의 상징인 윈체스터를 돌리는 것도 그 장르가 주는 장치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 소재가 주는 익숙함 사이에서 다른 점, 깊이가 있는 것들을 찾아보며 연기하려고 했어요."
'도적: 칼의 소리'는 제작 단계에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코믹 소재로 준비가 됐지만 스릴러가 됐고, 20부작은 9부작으로 압축됐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김남길 역시 "시즌2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저는 시즌2가 준비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작품에 임했어요. 하하. 각 메인 서사만 풀리다 보니까, 다른 인물들의 서사와 그들의 소속감에 대해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일본에서 영웅이라 칭송받는 메인 빌런이 아직 남아 있어요. 광일이나 마적들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싸우잖아요. 친일파이긴 하지만 돌아올 수 있는 여지가 있죠. 그래서 시즌2가 얼른 제작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많이 봐주시고, 좋은 반응 부탁드립니다.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