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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이재명 단식과 사라진 정치

기사입력 : 2023년09월20일 09:52

최종수정 : 2023년09월20일 09:52

[서울=뉴스핌] 이영섭 정치부장 = "뜬금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자 나온 반응이다. 168석의 의석을 가진 거대야당의 대표가 가장 약자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것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명분도 아리송했다. 이 대표는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조건 없는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지만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탄 단식이 아니냐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영섭 정치부장

다만 단식 시작 후 "며칠 못 갈 것"이라는 여당의 비아냥은 맞지 않았다. 이 대표의 단식은 오늘로 21일째를 맞았다. 정치사에 남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은 23일 간 이어졌다. 정치인 중 최장 기간 단식은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세운 28일이다.

그래서 글을 쓰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명분에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20일 이상 굶으며 수척해진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단식을 언급하는 건 '정치가 사라진 정치권'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서다.

이 대표가 처음 단식을 시작하자 여권에선 '방탄단식' '뜬금포 단식'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더해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우리 수산물 판촉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장소는 이재명 대표 단식 텐트 100m 옆이다. 이 대표는 들러서 우리 고등어와 전복을 드시기 바란다. 민망해할 것도 없다"고 비꼬기까지 했다. 물론 역풍을 우려한 지도부의 제지로 수산물 판촉행사가 실제 열리지는 않았다.

정부 여당의 반응이 심하기는 했지만 이런 태도가 나온건 그만큼 이 대표의 단식에 명분이나 정당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거대야당의 대표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시점에 단식에 돌입하면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168석을 가진 정당, 그런 정당의 수장 역할을 하는 이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대통령제에서 '제왕적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대통령이 절대권력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의 협조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 여소야대를 경험한 역대 대통령 모두 '야당의 비협조'가 국정 운영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토로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사용하면서 국민적 공감대까지 얻는다면 가까이는 다음 총선, 조금 멀게는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단식으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보다 더 큰 것을 손에 쥘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이 이 대표에게 부여한 크나큰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의아할 뿐이다.

이 대표의 단식선언 초기에는 당내에서도 계파 갈등 조짐을 보였다. 여당의 비난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대표의 단식기간이 길어지면서 상황은 조금씩 변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비난만 하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단식 중단을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자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어느 정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고 해야 할까. 그렇지만 뭔가 부족하다. 국민의 삶을 향상하는데 기여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손을 잡고 있다. 2023.09.19 leehs@newspim.com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행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국정의 동반자인 야당 대표가 20일 넘게 단식을 하고 있으면 취지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인간적인 예의는 보여줘야 한다. 야당과 만나서 대화와 타협을 하라고 만들어진 자리가 정무수석 아닌가. 도대체 지금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단식하는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무릎을 꿇는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인가. 이 대표를 인정하는 것이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살피는 것이란 인식은 왜 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치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세력이 대화와 타협으로 조금씩 양보하며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는 정치가 없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고 하는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만이 우리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19일 신당 '새로운선택'을 창당하면서 "최근 며칠 정치면 머릿기사들을 살펴보자. 가장 큰 뉴스는 단식하다가 실려 간 야당 대표에 관한 소식, 그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 이 두 사건을 놓고 극단적인 비난을 주고받는 여야 정치권에 관한 소식"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여기 어디에 평범한 사람들이 살면서 겪어야 하는 고통과 어려움을 호소할 자리가 있나"라며 "'우리를 대변해주는 정당', '우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정치세력'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여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여도 야도 싫다", "정치권은 지긋지긋하다"며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무당층이 점점 늘어가는 현실. 이대로 가면 이들은 무당층에서 정치혐오층으로 변하게 된다. 지금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보며 정치권이 되돌아봐야 할 지점이 아닌가 싶다.  

nevermi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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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단축 개헌..."동의 안해" 55.5%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언급한 '복귀 후 임기단축 개헌 추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과반을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7일 공개됐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자동 응답시스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에서 임기단축 개헌 추진 언급'에 55.5%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동의한다'는 34.0%, '잘모름'은 10.4%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연령별로 70대 이상,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모든 분류에서 50%를 넘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67.6%로 비율이 가장 높았고, 50대(62.2%), 30대(57.2%), 60대(53.4%), 만18세~29세(50.9%) 순이었다. 유일하게 70대 이상은 '동의한다'가 44.3%로 '동의하지 않는다' 38.6%를 앞섰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전북 64.5%, 대전·충청·세종 60.8%, 경기·인천 58.4%, 대구·경북 56.9%, 강원·제주 54.2, 서울 53.0%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부산·울산·경남만 '동의한다'는 대답이 43.4%로 '동의하지 않는다' 42.2%보다 우세했다. 지지정당별로는 역시나 정치 성향에 따라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87.5%가 '동의하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64.3%가 '동의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는 71.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가 41.5%, '동의한다'는 38.7%로 나타났다. 진보당 지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56.5%, '동의한다' 43.5%였다. '지지정당없음'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64.9%, '동의한다' 23.7%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복귀하지 못하고 탄핵이 될 거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집권 기간이 2년이나 남아 있는데 개헌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 신뢰가 낮다고 보는 거"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전화 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6.2%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ight@newspim.com 2025-0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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