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롯데홈쇼핑 '송출 중단' 카드 꺼내
주요 4개사 중 2분기 실적 가장 크게 감소
"생존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실적 악화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홈쇼핑사들이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홈쇼핑 사업자와 유료 방송 사업자(SO)간의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해묵은 문제지만, 방송 송출 중단까지 가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홈쇼핑 업계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다음 달 20일부터 위성 방송 업체 KT스카이라이프로의 방송 송출을 중단할 예정이다.
현대홈쇼핑 본사 전경.[사진=현대홈쇼핑] |
현대홈쇼핑은 앞서 LG헬로비전에도 송출 수수료 협상 불발 시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협상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단계다.
롯데홈쇼핑은 다음 달 1일부터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에 방송 송출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방송 송출 중단까지 언급되고 있는 배경에는 송출 수수료 문제가 있다. 홈쇼핑 사업자는 방송 송출 명목으로 유료 방송사업자에게 송출 수수료를 지불하는데, 계약 때마다 이 비용이 올라 문제가 됐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홈쇼핑 12개사(TV홈쇼핑 7개·T커머스 5개)가 유료 방송 사업자에 지불한 송출 수수료는 전년 대비 7.4% 증가한 2조4148억원이다.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65%에 달한다.
송출 수수료 부담은 늘어가는데 홈쇼핑사의 실적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작년 CJ온스타일(724억원)과 롯데홈쇼핑(780억원)은 홈쇼핑 업계의 '불문율'처럼 여겨져 온 1000억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안 좋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2분기 전년 대비 92.8% 감소한 2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실적 감소로 롯데홈쇼핑은 지난 1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현대홈쇼핑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70.3% 감소하며 80억원에 머물렀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방송 송출 중단을 결정한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주요 홈쇼핑 4개사(GS·CJ·롯데·현대) 중 가장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떨어진 곳들이다. GS홈쇼핑의 2분기 영업이익은 15%, CJ온스타일은 4.2% 감소했다.
홈쇼핑사와 유료 방송 사업자 간의 갈등을 해결하라는 요구를 거듭 받아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정감사를 한 달 앞두고 중재에 나설 예정이지만, 방송 송출 중단 사태를 막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총 8개월의 협의기간에 홈쇼핑사와 유료 방송 사업자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거나 한쪽이 협의종료 의사를 밝히면 송출 수수료 산정 방식을 검증하는 대가검증협의체를 연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대가검증협의체는 위원 구성부터 검증 단계까지 못해도 2달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 방송 송출 중단 사태를 막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료 방송 사업자도 홈쇼핑사와 마찬가지로 TV 시청자 수 감소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송출 수수료를 양보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란 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