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1976년 사형 확정
16년간 옥살이...2014년 사망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이른바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아 옥살이를 했던 고(故) 진두현 씨에 대한 재심 절차가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남성민 부장판사)는 14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진두현 씨와 박석주 씨에 대한 재심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런데 당시 수사는 피고인들이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수사권이 없는 보안사령부에 의해 진행됐으며,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 등을 통해 허위자백을 받아낸 부분이 있어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가 존재한다"며 "또한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고 박기래 씨는 이미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확정받았다"면서 이 사건 역시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는 일본에 살고 있는 진씨의 아내 박모 씨도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아흔을 넘긴 박씨는 "제 남편 진두현은 간첩이 아니다. 이국땅에서 조국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한 남편이 도대체 한국에 무슨 해를 끼쳤다는 것인지, 무슨 간첩활동을 했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가 없다"며 "하루 빨리 마음의 안정과 가족의 평안을 되찾을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며 눈물을 보였다.
박씨는 "이 사건은 처음부터 조작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북한에 갔다고 주장하는 날 남편은 일본에 있었다"면서 "저는 일본변호사모임에 남편의 사건을 조사해달라며 구제신청을 했고 그곳에서 알리바이가 다 증명됐다. 해당 증거들을 모두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법원은 남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jeongwon1026@newspim.com |
반면 검찰은 "이 사건은 북한과 직접 관련이 있는 실체가 있는 사건"이라면서 "피고인들이 자백한 진술서가 남아있고 이미 사형까지 선고된 중형사건인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판이 끝나고 취재진을 만난 변호인은 "검찰은 이미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박기래씨 사건에서와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당시 유가족들이 굉장히 힘들어했었는데 또 다른 유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해야 하는지 검찰의 주장에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고 박석주씨에 대해서는 이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고문으로 조작된 사건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국가는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은 채 계속 공소를 유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찰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법원이 최후의 보루가 되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범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박기래씨는 지난 5월 사형 선고 49년 만에 무죄판결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26일과 12월 12일 두 차례 기일을 지정하고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지난 1974년 11월 보안사령부가 민주수호동지회에서 활동하던 박기래씨와 진두현씨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통일혁명당을 재건하려 했다고 발표한 공안 사건이다. 진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76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았다. 16년간 옥살이를 한 진씨는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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