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후보자 동시투표로 득표 분산
"최다득표자 찬반투표 등 규정바꿔야"
[합천=뉴스핌] 이우홍 기자 = "김진식 조합장 같이 오랫동안 지역민들의 소득향상에 기여하고 선행을 해 온 사람이 '합천군민의 장'을 수상하지 못한다면 과연 누가 받겠습니까."
경남 합천군이 올해 '합천군민의 장'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복수 후보가 추천됐던 산업·경제 부문의 수상자를 정하지 않았던 데 대한 뒷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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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뉴스핌] 이우홍 기자 = 2023.09.07 woohong120@newspim.com |
2명의 후보자를 함께 표결에 붙여 표가 분산된 결과, 김진석(64) 합천새남부농협 조합장은 필요득표에서 1표가 모자라 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투표방식 개선을 비롯한 관련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합천군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합천군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합천군민의 장 심의위원회' 위원 13명은 지난 5일 오후 군청 소회의실에서 '제20회 합천군민의 장' 수상 후보자들에 대한 심의했다.
'합천군민의 장'은 합천군의 명예를 높이고 지역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크게 공헌한 사람에게 군민의 이름으로 수여하는 지역 최고권위를 지닌 상이다. 매년 3개 부문에서 후보자를 추천받아 부문별로 1명의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날 심의 결과, 교육·문화·체육 부문과 공익·애향 부문에서 각각 단수 추천된 후보자들은 심의위원들의 의견일치로 투표없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공원석(84) 전 합천중 교장과 홍종희(64) 재외합천향우연합회 감사다.
반면 산업·경제 부문 수상자 심의는 김 조합장과 B씨가 복수 추천 됨에 따라 두 사람의 이름이 함께 기재된 투표용지를 사용해 표결에 붙여졌다. 그 결과 김 조합장 8표, A씨 3표, 무효 2표가 나왔다.
김 조합장은 지역주민 100여명의 연명으로 추천됐고, A씨는 자신이 조합장을 지낸 단체장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4년에 제정된 '합천군민의 장 조례'에 따르면 군민의 장 수상 후보자는 군민 50명 이상의 연명 또는 지역 기관·사회단체장, 군청 간부 등이 추천한다. 심사일 현재 1년이상 합천에 거주하고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합천에 등록기준지를 뒀거나 두고 있는 출향인·고인 등이 대상이다.
수상자는 3개 부문별로 한 사람을 선정하는 데, 심의위원 3분의 2이상 출석에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문제는 후보자가 단수가 아닌 복수로 추천됐을 경우 표결방식이 조례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처럼 복수의 후보자를 함께 투표할 수도 있고, 후보자 각각에 대해 표결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의 산업·경제 부문 수상자 심의는 투표방식에 대한 별도 토론없이 군에서 정한 동시 투표로 회의를 진행해 표가 분산됨으로써 수상자가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 개인별로 찬반을 묻는 표결방식을 채택했더라면, 특히 김 조합장은 수상자 선정에 필요한 득표를 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개 부문별 1인 선정'이라는 조례규정도 '군민의 장' 상의 권위만 중요시한 경직된 조항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3개 분야 중 산업·경제 부문은 평소 주민들 간에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이 있어 심의 때 후보자와 심의위원 간의 반목이 표결로 이어질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제13회 군민의 장' 수상자 심의 당시 산업·경제 부문에 3명이 추천됐다. 동시 투표에다 후보자·심의위원 간 반목이 겹치며 표가 분산되는 바람에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 때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군민의 장에 단수 후보가 추천돼 표결없이 후보자를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처럼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이 복수 후보로 추천됐을 경우 불합리한 규정과 미숙한 회의운영으로 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는 일이 없도록 관련조례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합천군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앞으로 복수 추천자가 있을 경우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한 사람에 대해 다시 찬반을 묻는 방법으로 수상자 선정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삼가면 주민 A씨는 "기관·단체 명의로 할수도 있었지만 주민 100명이 나서 김 조합장을 산업·경제 분야에 추천한 것은 조례 규정처럼 그가 기술개발 및 군민 소득향상에 기여한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에 따르면 김 조합장은 30여년 전에 부산에서 귀향한 후 한우사육에 뛰어 들었다. 그러다가 소값 파동을 겪자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타개잭으로 삼가면 소재지에 '삼가식육식당'을 개업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밤잠을 아끼면서 질좋은 고기 생산과 저렴한 판매방법, 맛있게 구워내는 법 등을 연구해 사업을 궤도에 올렸다. 그 덕분에, 삼가면에는 현재 20여 곳의 소고기 전문식당이 평일에도 주차하기 어려울 만큼 성업중이다. 그로 인해 지역 내 마트와 커피숍 등지에도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를 반영해 '합천 한우'는 모 경제신문에서 주최한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삼가 소고기'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누리는 데는 무엇보다 김 조합장의 공이 크다는 게 주민들의 견해다.
김 조합장은 지난 2017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지금까지 합천새남부농협 조합장 3선을 역임 중이다. 한우 사업에서 갈고 닦은 경영능력으로 적자 상태에 돌입하던 조합경영도 반석 위에 끌어 올렸다.
김 조합장은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합천남부라이온스클럽 회장을 맡아 지역 봉사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특히 20여 년 동안 합천읍에 있는 우정학사에 월 50만원 어치의 소고기를 학생들에게 무료 공급해오고 있다. 대학에 진학했으나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4년간 등록금도 지원한다.
지난 3월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때 김 조합장이 무투표 당선된 것도 이같은 그의 경영능력과 지역봉사에 대한 열정을 주민들이 높게 평가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woohong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