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과 AI 연결하는 홈 컨트롤 기술 공개
갤럭시 버즈·TV 간 블루투스 연결 강화
"연결성 투자 확대…애플과 같은 생태계 구축 전략"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가 제품 사이의 '연결성'을 강조하면서 고객을 자사의 생태계에 묶어두는 '록인(Lock-in) 전략'에 나서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활용한 가전제품의 '연결'을 이번 전시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삼성전자의 주방가전과 푸드 인공지능(AI) 기술을 연결해 고객에 맞는 레시피와 식단을 제안하는 '삼성 푸드'를 공개했다. 또 올해 말까지 '삼성 헬스'를 연동해 개인의 건강에 맞는 헬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에는 비전 AI 기술을 적용해 음식 사진 만으로도 영양 정보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가전의 전원을 끄고 켜거나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이 가능한 '에너지 세이빙'과 집안 환경을 조성하거나 냉장고의 상태를 확인하는 '홈 컨트롤' 기술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연결성' 강화 전략은 모바일 관련 기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으로 '갤럭시버즈2 프로' 3대 이상을 삼성 스마트 TV에 블루투스로 연결,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오라캐스트'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갤럭시버즈2 프로와 삼성 스마트 TV 일부 모델에서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삼성전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IFA 2023 전시장에서 '넷 제로 홈' 솔루션으로 꾸민 '타이니 하우스'를 운영했다. 삼성전자 직원이 스마트싱스 에너지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앞서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기기 사이에 사진과 영상 등 파일을 공유하는 기능인 '퀵쉐어'를 다른 브랜드의 PC와 노트북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외에서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가 다른 스마트폰보다 많은 만큼 이번 퀵쉐어 기능 개방을 통해 갤럭시 스마트폰과 다른 브랜드의 PC·노트북을 동시에 사용하는 고객까지 한 번에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최근 기술 개발로 기기 간 연결 플랫폼의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삼성전자가 '연결성'을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전, 스마트폰, 스마트홈 서비스 등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력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금방 고객 유출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애플과 같이 생태계(에코시스템)를 구축해 고객을 다른 브랜드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록인 전략'을 가전 분야로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홈 시장을 완벽하게 선점한 기업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만큼 애플의 전략을 차용, 연결성을 강조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IFA 2023을 보더라도 삼성은 어느 기업보다도 기기 간 '연결성'에 초점을 두고 이에 맞춘 브랜딩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가전기기들을 연결하고 이에 따라 스마트싱스의 기능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앞으로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까지 가전제품처럼 한 번에 제어하는 등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애플 생태계의 강력함을 글로벌 가전 분야에서 실현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애플과 같이 24시간 몸에 지니는 모바일 생태계와는 달리 가전 생태계의 연결성은 활용 시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애플처럼 강력한 생태계 구축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