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선정 과정부터 개입…계약서 내용도 추상적
롯데카드, 2년8개월 간 34회 걸쳐 105억원 지급
66억원 돌려 받아 부동산·차 구입.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신용카드 마케팅 협력사 대표와 짜고 부실 계약서를 작성해 회삿돈 105억원을 빼낸 롯데카드 직원이 금융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금융당국은 롯데카드 직원 2명과 협력 업체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카드 마케팅팀 팀장과 마케팅팀 직원 등 2명은 2020년 카드 제휴 협력 업체 체 A사 대표와 짜고 부실한 제휴 계약을 맺었다. 카드 제휴 업체는 카드 신규 발급이나 전월 결제 금액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카드 사용 고객에게 할인이나 상품권 등을 제공한다.
롯데카드 직원은 A사 선정 과정부터 계약 체결 단계까지 관여해 롯데카드가 불리한 계약을 맺도록 했다. 입찰 설명회를 생략하고 입찰 조건 및 평가자도 임의로 선정했다. 신규 협력 제휴사 선정 시 역량평가 후 부문장 전결이 필수이지만 이 과정도 무시했다.
A사와 맺은 계약 내용도 이례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카드사 제휴 업체는 고객에게 상품권이나 할인 등 혜택을 실제로 제공한 기록에 따라 카드사로부터 돈을 받는다. 하지만 A사는 롯데카드로부터 회원 1명당 1만6000원 정액으로 미리 받는 형태로 계약서가 작성됐다.
제휴 서비스 제공 내용도 추상적이었다. '커피, 다이닝, 골프, 호텔 등 지속적인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나 '상기 서비스에 관한 할인 및 무상 제공' 등이었다. 계약 기간도 실제 서비스 제공 기간 3년보다 긴 5년으로 정하는 등 롯데카드에 불리한 내용이 계약서에 담겼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롯데카드 신사옥 [사진=롯데카드] 2020.05.18 tack@newspim.com |
롯데카드는 계약서 담긴 내용에 따라 2020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약 2년8개월 동안 34회에 걸쳐 105억원을 A사에 지급했다.
A사 대표는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롯데카드 직원 2명에게 105억원 중 66억원을 건넸다. 롯데카드 직원은 건네받은 돈을 부동산과 자동차 구입에 썼다. 금융당국은 나머지 39억원도 계약 이행이 아닌 엉뚱한 곳에 쓰였을 곳으로 보고 있다.
이번 배임 혐의는 관련 제보를 받은 롯데카드가 자체 조사를 벌이며 드러났다. 롯데카드는 지난 7월4일 이번 배임 혐의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이틀 뒤인 지난 7월6일 현장검사를 통해 배임 혐의를 확인했다.
한편 금감원은 롯데카드에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취약점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카드사에는 유사 사례가 있는지 자체 점검 후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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