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금융권 최대현안 '가계부채 증가세' 지목
초장기 만기 주담대 DSR 산정체계 정밀 점검
50년 만기 주담대 연령 제한 방안 등도 검토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세를 보이자 직접 관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당장 이달부터 은행 일선 영업현장에서 대출 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현행 대출규제 및 여신심사절차 등이 제대로 준수되는지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17일 '내부통제,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최근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는 가계대출이 급격히 확대되지 않도록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금융권의 최대 현안으로 내부통제와 함께 '가계부채 증가세'를 지목했다.
이 부원장은 "우리경제의 구조적 취약점 중 하나인 가계부채 증가세가 은행권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금리상승 기대 약화, 자산가격 상승 기대감 등이 확산될 경우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7일 은행회관에서 17개 은행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해 지난달 말 기준 대출 잔액이 1068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가 폭으론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며, 잔액 자체로도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지난달 주담대는 전월 대비 6조원 급증한 82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초장기 만기 주담대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DSR 산정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금감원은 이달부터 10월까지 은행권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취급실태에 대해 현장 종합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부원장은 "무엇보다도 일선 영업현장에서 DSR 등 현행 대출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거나 우회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가계대출 증가원인을 상세히 분석하는 한편, 가계대출 취급관련 법규 준수여부 및 심사 절차의 적정성 등을 엄밀히 진단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금융당국 수장인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0년 주담대' 등 초장기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지적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 간담회 이후 "(금융권이)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50년 만기 대출을 사용하거나 비대면 주담대 과정에서 소득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4월부터 주담대가 증가하고 있는데 어떤 연령대에서 어떤 목적으로 쓰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본 뒤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 역시 지난 15일 국가수사본부와의 업무협약식 이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사라진 이후 DSR이 작동하면서 소득 범위에 따라 대출이 되고 있기 때문에, 실질소득을 넘어선 대출이 일어나는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점검 결과를 살펴본 뒤 하반기 가계대출 정책에 반영할지 챙겨볼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우선 가계대출 취급실태 현장 종합점검을 통해 대출 취급시 차주 소득심사, 담보가치 평가 등 필요한 여신심사절차가 관련 내규에 따라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또한 전체 가계대출 및 특정 차주군에 대한 대출 증가 규모·속도가 해당 은행의 여신정책, 리스크관리 정책, 자본관리 계획 등에 부합하는 범위 이내에서 유지되는지도 들여다볼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당국은 '50년 주담대'가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자 만 34세 미만으로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원장은 "DSR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금융위 등 관계부처·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