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전국 경북

속보

더보기

세속적 이분법에 던지는 성찰의 울림

기사입력 : 2023년08월17일 16:38

최종수정 : 2023년08월17일 18:47

한양명 시인 세 번째 시집 '자꾸 눈물이 난다' 출간

[안동=뉴스핌] 남효선 기자 =  한양명 시인이 세번 째 시집을 상재했다.

80년대 후반 '나아가는 문학'으로 시를 발표하면서 서른 여섯 해 만이다.

시인의 두번 째 시집 '허공의 깊이(2012, 도서출판 애지)' 출간 이후 11년만이다.

"물화되고 강제된 세계를 '시린 반성'의 언어로 세상을 향한 성찰을 나지막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두들기며 독특한 서정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시인이 이번에 세상을 향해 던진 화두는 '눈물'이다.

그저 괜시리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눈물 한 방울 없이 치닫는 세상을 두들기는 '성찰'의 경고이다.

[안동=뉴스핌] 남효선 기자 = 한양명 시인의 세번 째 시집 '자꾸 눈물이 난다(2023.천년의시작)' 2023.08.17 nulcheon@newspim.com

시인의 세번 째 시집이 주목되는 것은 시집 전 편을 관통하는 '눈물'이 자아의 아픔에 머물지 않고 세속의 성찰을 깨치는 울림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점점 눈물이 많아진다/까마귀 떼 지어 날아가도 눈물이 나고/처머에서 빗물이 떨어져도 눈물이 난다/시드는 꽃잎을 봐도 눈물이 나고/빈 논에 남겨진 볏짚을 봐도 눈물이 난다/왜 나이 들수록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중략)/ 적막의 시간이 눈을 열어/ 그동안 지나나쳐 버린 걸 보이게 해서일까(중략)" <한양명 시 '자꾸 눈물이 난다' 부분>

시인의 눈에 세상 모든 것은 '아픔'이다. 그렇다고 '아픔'은 시인에게 머물지 않는다.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흐른다.

시인에게 끊임없이 '눈물'을 잣아올리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시인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일까. 왜 시인은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는 것일까.

시인은 '눈물'의 뿌리를 '인연(因緣)'에서 찾는다.

'인연'의 사전적 정의는 '결과를 내는 원인(因)과 조건(緣)을 가리키는 불교용어이다.

"눈 그친 산자락에 별빛 내려앉는데/그대 떠난 자리에 찬바람 들어앉네/이번 생의 인연은 언제 다 그칠거나/불면의 적설(積雪)은 귀천을 꿈꾸는데" <한양명 시 '송인(送人)' 전문>

시인에게 사물은 각각이 아니라 씨줄과 날줄로 이어진 연(緣)으로 이루어진 우주이다.

때문에 시인에게 모든 사물은, 세상은 "단순히 마음을 투영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연과 사물과 깊이 있는 교류를 통해 지금과는 다른 존재, 다른 세계로 가는 길을 열어젖히"는 일이다.

시인의 시 전편에 흐르는 '눈물'은 끝모를 듯 이어지는 인연을 보듬어 다른 세계로 이끄는 매개물이다.

"지난 생(生)에는 도요새였다 때론/날갯짓 부추기는 산들바람이었다가/바람에 두근대는 버들가지였으며/ 먼 비행을 앞두고 잠시 머무는/ 적막한 연못의 수면이었다/(중략) <한양명의 시 '도요새' 일부>

시인을 눈물 흘리게 하고 온 종일 통증으로 내모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인연이다.

그렇다고 시인은 자신을 종일 아프게 하게하는 인연을 스스로 내치지 않는다.

오히려 시인은 종일 자신의 영육을 통증으로 내모는 인연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때문에 시인의 언어는 자신(我)에 머물지 않고 세상의 모든 것들을 향해 나아간다.

시인을 자신에 가두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은 '아픔'에서 비로소 얻는 '성찰'이다.

시인의 노래가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까닭이다.

"뿌리나 줄기에/아무렇게나 돋아나서/나무가 잘 자라게 하려면/없애야 하는 덧눈, 문득/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왜 세상에 나왔는지 모르겠다며/하염없이 눈물짓곤 하던 그대를/생각나게 하는 눈" <한양명 시 '막눈 2' 전문>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오지 않았다/아무리 애를 써도 깨달을 수 없음을/ 무슨 수를 써도 인연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기에 여기로 와/관세음보살 기다리는 극락전이 아니라/ 남해의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중략>/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늙은 아내와/그녀의 통증을 향해 삼배를 올렸다/지금까지 버텨 줘서 고맙다고/버틸 만큼만 아프게 해서 고맙다고/ 마음을 다해 진통의 예를 갖추었다"<한양명 시 '남해금산' 일부>

"밤길 홀로 걷다 하늘을 보니/어떤 별은 더 밝게 빛나고/어떤 별은 차츰 빛을 잃어 가네/누군가 새로운 꿈을 꾸고/ 누군가 오랜 꿈을 접는 것이네"<한양명 시 '별' 전문>

평론가 오홍진은 시인의 시 '별'에서 '막눈 2'에서 '남해금산'에서 시인의 '아픔'의 샘을 만난다.

오홍진은 "모든 시간을 사는 생명들의 피고 지는 그 자리에 시인이 있다"며 "타자의 아픔을 제 몸에서 일어나는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결"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동짓달 찬바람을 피해 방안으로 기어드는 벌레들에게 슬며시 곁을 내주"고 "산을 집삼아 사는 생명과 허교(許交)하"는 시인에게서 "이분법적 인식으로 생명의 쓸모를 나누는" 세상에 던지는 시인의 성찰을 통한 나즈막하면서 강한 경고를 읽어낸다.

"삼월도 다 가지 않은/ 봄 같지 않은 봄인데/ 꽃다지며 민들레며 씀바귀며/하고 많은 풀들이 올라온다/ 내 집에 오라 초대한 적 없건만/ 제멋대로 들어와 움을 틔우더니/ 이제는 대놓고 무리까지 짓는다<중략>/ 그래도 살겠다고 찾아든 것이라/ 못 본 체하고 내버려 두었더니/ 이제는 나름대로 한몫을 해서/ 잎이며 뿌리가 밥상에 올라오고/ 볼만한 꽃도 수줍게 피운다"<한양명 시 '불법체류' 일부>

"법칙을 중시하는 과학에 매여 사물을 사물 자체로 놔두질 않"고 "유용성이 사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어버린" 세계를 향한 시인의 눈물과 아픔은 언제쯤 긎고 잦아들것인가.

시인은 세번 째 시집 출간의 소회를 묻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모든 인연은 눈물을 품고 있다."

시인이 시적 언어를 통해 자아와 세계를 잇는 삶의 자세이다.

한양명 시인은 1987년 '나아가는 문학'으로 문단에 이름을 올린 후 2006년도에 첫 시집 '한 시절(모아드림)'을, 2012년에 두번째 시집 '허공의 깊이(애지)'를 출간했다.

한국작가회의와 안동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nulche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