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총 28개 법령서 최저임금 산정지표 활용
실업급여 대표적 영향…내년 월 4만6000원↑
연간 55만원 실업급여 추가 지급시 3289억↑
기금 적자 부담↑…실업급여 개편 논의 활발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0원 오르면서, 최저임금과 연동돼 지급되는 실업급여(구직급여)도 월 4만6000원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기금 적자 부담도 커졌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급여 추가 지출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는데, 경우에 따라 최대 수천억원까지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
더욱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보다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는 '소득 역전 현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 공무원노조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임금 인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내년 최저임금 240원 늘어난 9860원…실업급여 월 4만6000원↑
21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최임위는 지난 19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임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9620원)보다 240원(2.5%) 높인 '시급 986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매월 지급하는 실업급여 지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에 따르면, 현행 법령 중 총 28개 법령에서 최저임금을 산정지표로 활용한다. 즉 최저임금이 오르면 28개 법령에 명시된 제도 지급액도 오른다는 의미다. 이 중에서도 고용보험법상 명시된 '실업급여'가 대표적 영향을 받는다.
통상적으로 실직 근로자가 받는 실업급여는 퇴직 전 직장에서 받던 평균 임금의 60%를 지급받는다. 평균 임금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은 실업급여로 한 달간 최대 18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실업급여도 상한액(6만6000원) 적용을 두고 있어 월 최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98만원(6만6000원×30일)으로 제한된다.
저임금 근로자들을 위한 예외 규정도 있다. 고용보험법 제46조에 따르면, 평균 임금이 실업급여 하한액을 넘지 못할 경우 최저임금의 80% 수준으로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하한액은 최저임금과 직접적으로 연동된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을 적용한 실업급여 하한액은 8시간 기준 하루 6만1568원(9620×8시간)으로, 이를 월 단위로 환화면 184만7040원(6만1568원×30일)이 나온다. 내년 최저임금 적용시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4만6000원가량 늘어난다. 내년 최저임금 9860원을 적용한 하루 8시간 기준 실업급여 하한액은 6만3104원(9860×8시간)인데, 월 기준 189만3120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누적 실업급여 지급자는 717만명에 달한다. 매월 편차는 있지만 50만~60만명대가 꾸준히 유지된다. 이들은 매월 평균 적게는 143만원에서 많게는 162만원을 실업급여로 지급받았는데, 지난 1년간 1인당 실업급여 지급액 합계는 1844만원에 이른다. 다만 실업급여 지급기간은 최대 9개월로 제한돼 있기에 실제 받는 금액은 이보다 적게 된다.
만약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급여를 1인당 월 4만6000만원씩 더 수령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55만원을 더 받게 된다.
지난 1년간 실업급여 지급자 총 지급자(717만명)을 12개월로 나눈 월 평균 지급자는 약 59만8000명이다. 이들이 연간 약 55만원을 더 지급받았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3289억원의 실업급여를 추가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1년간 실업급여 지급액은 총 10조8514억원인데, 추가 지출분을 더하면 약 11조1803억원으로 늘어난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급여 지출도 일부 늘어날 수는 있지만,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진 않고 있다"면서 "이제 막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상황에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누적 적자 3조9000억…적자 부담 커질 듯
실업급여 지출이 늘면서 고용보험기금 적자 부담도 커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저소득 근로자들의 고용보험 부담액도 늘겠지만, 실업급여 지출액 규모가 훨씬 더 크다.
고용보험기금은 사업자와 근로자가 낸 고용보험료를 재원으로 한다. 올해 기준 고용보험료율은 1.8%로, 근로자 월급여의 1.8%를 사업자와 근로자가 각각 0.9%씩 부담한다.
고용보험기금은 현재 사실상 마이너스다. 고용보험기금의 수입과 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적립금은 2021년 5조5828억원, 지난해 5조1835억원인데, 여기에는 고용부가 정부 재원인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차입금 10조3049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를 반영한 2021년 적립금은 -3조7753억원, 지난해 -4조2356억원이다.
올해 고용보험기금 전망치는 6조69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서 실업급여 추가 지출분을 빼면 수천억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2021년 7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가 됨에 따라 올해 초부터 수급자격이 부여되는데, 입직이직이 빈번히 이뤄지다보니 실업급여 신청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고용보험법 제40조'에 따른 구직급여 수급 요건은 이직일 이전 18개월간(초단시간근로자의 경우, 24개월) 피보험단위기간이 통산해 180일 이상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고용보험기금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핵심 방안으로는 하한액을 높이는 방안이 국회를 중심으로 거론된다. 실업급여 지급자 중 하한액을 적용받는 사람이 70%를 넘어서는데, 이에 보험료를 덜 내는 근로자가 실업급여를 더 받는 기형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따라 월급보다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는 '소득 역전 현상'도 발생한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 162만8000여명 중 실업급여로 받은 돈이 실수령액을 넘어서는 수급자 수는 45만3000명에 달한다. 실업급여를 받는 수급자 중 28%가량이 월급보다 더 높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홍 의원은 실업급여 금액을 하루평균 임금의 60%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득 역전 현장은 공무원 내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 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기준 서울시 9급 1호봉 월 보수는 170만800원이다. 이에 9급 공무원 초임이 받는 보수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실제 월급은 200만원을 넘지만 4대 보험료와 세금 등을 빼면 실수령액이 최저임금을 밑돈다는 것이다.
서공노는 "하위직 신규 공무원 보수 수준은 시간이 갈수록 최저임금과 격차가 커지고 있다"면서 "실제로 2017년까지만 해도 9급 1호봉 월 보수(139만5800원)는 최저임금(135만2230원)보다 많았지만 이후 역전됐고, 지난해 월급은 최저임금보다 약 24만원 적다"고 주장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