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속 전국 폭우 피해 확대
정부,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중
피해복구에 5.7조 규모 재정 마련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이례적인 집중호우다. 피해규모도 역대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복구에는 예비비 등 5조7000억원의 가용예산이 마련된 상태다. 이달 말께 특별재난지역 선포 후 곧바로 복구지원이 진행될 예정이다.
◆ '극한호우' 등 역대급 폭우에 전국적 피해 확대 우려
올해 여름철 장마는 지난달 25일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폭우로 17일 오전까지 사망·실종자가 48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사망자는 15명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이날 오전 6시 기준 집계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19명, 충북 15명, 충남 4명, 세종 1명 등 모두 39명에 달한다. 오송 지하차도에서 시신이 추가 수습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송=뉴스핌] 이호형 기자 =지난 15일 폭우로 침수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앞에서 소방 관계자와 군 인력 및 장비들이 16일 오전 수색을 위해 투입되고 있다. 2023.07.16 leemario@newspim.com |
실종자는 경북 8명, 부산 1명 등 9명이다. 부상자는 충북 13명을 포함해 모두 34명에 달한다.
이번 집중호우를 두고 기상당국과 재해재난관리 당국 모두 이례적인 역대급 규모라고 혀를 내두르는 모습이다. 피해 규모 역시 역대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여름 장마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에서는 이미 장마철 평균 강수량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5일까지 강수량은 중부 424.1㎜, 남부 422.9㎜, 제주 306.9㎜ 등으로 집계됐다.
중부와 남부의 장맛비는 이미 평년의 장마철 전체 강수량을 넘어섰다. 중부의 평년 장마철 전체 강수량은 378.3㎜, 남부는 341.1㎜에 달했다. 같은 기간 충북과 충남 일부, 경북 일부, 전북과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50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한 곳도 많았다.
올해 장마는 '극한호우'가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극한호우'는 1시간 누적 강수량 50mm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이 동시에 관측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오전 10시경 충남 공주시 옥롱동 버드나무1길이 침수되면서 주민대피령이 내려져 주민 100여명이 임시대피소로 이동했다. [사진=공주시] 2023.07.15 nn0416@newspim.com |
그만큼 강수량 규모와 달리, 피해 지역이 보다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이번 집중호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상청은 오늘 중 충청과 경북권에 시간당 30㎜ 안팎의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18일에는 충청과 경북·전북에 시간당 30~60㎜로 극한호우 수준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충청·전라·경상권 100~250㎜, 많은 곳은 300㎜ 이상까지 예보됐다.
중대본은 피해지역이 확대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례적인 폭우이며 추가적인 집중호우에 피해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 이번주중 특보해제 후 피해조사…예비비 등 가용예산 5.7조 마련
이례적인 집중호우에 전국에 상당지역이 폭우 피해를 입은 상태다. 재난관리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피해 규모 등을 살펴가며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문제는 피해조사기간이 늦춰질 수 있다는 데 있다.
16일 오후 8시 이후 기상특보 발효 현황[그래픽=기상청]2023.07.16 nulcheon@newspim.com |
여전히 폭우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기상청의 기상특보 해제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기상청은 이번주 중 집중호우가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특보 해제 후 전국의 기초자치단체가 피해 상황을 보고한 뒤 행안부는 특별재난지역 대상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피해조사 기간이 공공시설에는 7일, 사유시설에는 10일 가량 걸리는 만큼 기상 여건에 따라 이르면 이달말께까지 피해조사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행안부 관계자의 예상이다. 이를 반영해 곧바로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재난지역 대상으로 포함되기 위해서는 각 기초자치단체별 피해 규모가 65억원에서 110억원을 초과해야 한다. 실제 세종·구미·천안·종로의 경우 11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해야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된다. 청주·유성구 95억원, 공주·논산 80억원, 예천·봉화·문경·김제 등은 65억원 이상의 피해가 집계돼야 국가지원을 받게 된다.
정부 역시 이번 피해규모가 역대급으로 확대될 것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예비비 등 모두 5조7000억원 가량의 가용 예산을 준비하고 있다(아래 표 참고).
재해·재난이 발생하게 되면 먼저 각 부처별로 마련된 재난대책비 4000억원부터 이용하게 된다. 이래도 부족할 경우에는 행안부의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조원이 투입된다.
피해 규모가 더 클 경우에는 재난대책 목적 예비비 2조8000억원, 국고채무부담행위 1조5000억원이 쓰인다. 예비비와 국고채무부담행위는 재해·재난 상황에 대한 판단에 따라 우선집행 순위가 달라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특별재난지역을 대통령에 건의하고 대통령이 선포하게 되면 피해조사 결과에 대해 복구 비용을 집행하게 된다"며 "역대급의 피해가 될 수 있다고 하나 재정 여력은 충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에도 포항·경주지역이 태풍 '힌남노' 영향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500억원의 예비비 지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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