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0억달러 규모 첫 체결…10년새 35배 확대
체결 규모 물밑 협상…전문가들 "경제적 실익 클 것"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2015년을 끝으로 중단됐던 한일 통화스와프가 8년 만에 다시 추진되면서 환율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29일 일본 도쿄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를 논의한다.
◆ 2001년 20억달러 체결…10년새 35배 확대
통화스와프란 두 국가가 계약금액에 해당하는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상대국 통화를 받아오는 거래를 말한다. 달러로 받거나 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외화를 공급받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갖는다.
특히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 시기에 외화자금을 시장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달할 수 있어 환율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 자체만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뉴스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일본 니가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7 재무장관회의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2023.05.12 photo@newspim.com |
한국과 일본은 2001년 7월 처음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당시 체결 규모는 20억달러였지만 이후 점차 체결 규모가 확대돼 2005년 130억달러로 늘었고, 2011년 10월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통화스와프 규모를 700억달러 수준으로까지 확대했다.
10년 만에 통화스와프 규모가 35배 늘어난 것이다.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 규모가 700억달러로 확대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당시(2011년 10월 19일)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3.7원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일관계는 급격히 경색됐고, 그 여파로 2012년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도 13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독도와 과거사 문제 등 한일 간 정치·외교 갈등이 통화스와프 규모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이후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는 2013년 100억 달러로 또 다시 축소됐고 2015년 2월 계약이 만료되면서 한일 통화스와프는 완전히 종료했다. 이듬해 한국이 일본 정부에 다시 통화스와프를 제안하긴 했지만, 2017년 일본 정부는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협상을 중단하면서 양국 통화스와프는 종료됐다.
◆ 체결 규모 물밑 협상 중…전문가들 "경제적 실익 클 것"
이번에 양국이 통화스와프 체결에 합의하면 8년 만에 통화스와프가 재개되는 것으로, 한일 통화스와프가 그동안 양국 정치·외교 갈등으로 부침을 반복했던 점에 비춰볼 때 그만큼 양국 관계가 개선됐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한국은행이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1차분 87억2,000만달러를 시중에 공급한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한은은 당초 120억 달러 규모로 공급을 계획했지만 이날 오전 전자입찰시스템을 통해 국내 시중은행 등을 대상으로 외화대출 입찰(84일물 100억달러, 7일물 20억달러)을 실시한 결과 총 87억2,000만달러로 전액 낙찰됐다. 2020.03.31 alwaysame@newspim.com |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로 실질적인 환율 안정 효과를 얻어가기 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을 얻어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이 과거와 달리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난 데다 엔화의 위상이 예전만 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얻는 경제적 실익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화스와프는 보험적 성격이 강해 위기 시에 효과를 발휘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기축통화국인 일본과 한국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점 자체가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스와프 기본 방향 자체가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며 "일본 엔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의 하나이고, 한국과 일본 간 정책 공조가 된다는 점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스와프는 긴급할 때 쓸 수 있는 마이너스 대출과 같은 개념"이라며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보험을 든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 없듯,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은) 당연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체결 규모와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고 일본 측과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국 모두 경제 규모가 확대된 만큼 체결 규모도 과거보다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체결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논의 중"이라며 "양국 금융협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oy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