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사부지 추정 분양가 8억7000만…다른 대상지와 2배
'로또청약' 각인…청년·신혼부부 등 서민층 허탈감 클것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올해 공공주택 '뉴홈' 사전청약 물량으로 서울 동작구 수방사부지의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나왔던 사전청약 물량들에 비해 분양가가 2배 가량 높은 8억7000만원으로 책정되면서다.
미래 세대인 청년층과 건전한 중산층의 주거 희망 복원을 위한다는 정책 기획 의도도 무색해졌다. 벌써부터 수방사부지 주택에 대해서는 '5억 로또'라는 수식어가 붙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도 모자란 공공분양 주택이 '로또'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중 사전청약이 진행되는 서울 동작구 수방사부지 추정 분양가가 역대 공공분양물량 분양가 가운데 최고액인 8억7225만원으로 책정되면서 공공주택으로서의 위상을 잃고 말그대로 분양 로또로 탈바꿈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집값 하락기에 추정 분양가 8억 훌쩍 넘은 수방사 부지…다른 대상지와 2배 차이
동작구 흑석동 사육신묘 인근 수방사 부지는 이달 사전청약 대상지는 물론 앞서 진행됐던 사전청약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분양가가 책정됐다. 수방사 부지는 지난 2021년 공공분양 첫 사전청약 개시 발표 당시 계획에 담겨있었다. 2021년 12월 4차에 남양주왕숙, 부천대장, 고양창릉 등과 함께 200가구 공급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유로 미뤄지다 2년만에 사전청약으로 나오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계획에는 담겨 있었지만 사업승인 과정에서 변경도 있었고 여러가지 지연되는 사유들이 있어 실질적으로 (사전청약 진행을) 못했다"면서 "사업 승인도 완료됐고 9일 사전청약 공고가 나가 다시 지연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나왔다면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라 크게 논란이 되진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집값 하락기에 8억원을 훌쩍 넘긴 분양가로 나왔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들의 배신감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국토부 역시 높은 분양가에 대한 논란을 의식하고 있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을 진행한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공공분양을 내집마련 기회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으나 워낙 관심이 많은 부지라서 청약 과열, 로또 분양 등을 고려했다"며 "인근 신축 아파트 비슷한 평형의 시세가 12억원 내외"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트윈파크' 전용59㎡는 지난 2월 13억6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에 비하면 5억원가량 낮은 셈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5억 로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약경쟁률은 엄청날 조짐이 예상된다. 하지만 공공주택으로서의 역할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혹이 나온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가운데 수방사 부지와 입지에서 비견할 수 있는 곳은 딱히 없다. 하지만 서울시 SH공사가 공급한 공공주택과 비교해봐도 분양가는 훨씬 높은 상황이다. 공공분양물량 가운데 사상최고액인 셈이다.
다만 수도권 공급 물량의 분양가는 크게 오르지않은 상태다.
3기 신도시 공공분양 사전청약은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실시됐다. 2021년 7월 1차로 인천계양, 남양주진접2, 성남복정1, 의왕청계, 위례 등 5개 지구에 4300가구가 공급됐다. 당시 가장 높게 책정된 지구는 성남복정1로 A1블록의 전용 59㎡ 추정분양가는 6억7616만원이다. 남양주진접2 A1블록 전용 59㎡는 3억5174만원, 인천계양 A2블록 전용 전용 59㎡는 3억5628만원이다. 고분양가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만큼 이후 분양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올해 6월 공급되는 남양주왕숙 A19블록과 안양매곡 S1블록의 전용 59㎡ 추정분양가는 각각 3억3622만원, 4억3934억원이다. 지난 2021년 남양주진접2와 비교하면 남양주왕숙은 약 1500만원 정도 낮은걸로 나타났다. 왕숙지구가 진접지구보다 서울과 가까운 등 입지 강점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 가격 경쟁력이 생긴 셈이다. 또 안양 종합운동장 뒷편 매곡지구는 의왕 청계지구와 비교할 수 있다. 의왕청계지구 전용 55㎡가 4억8900만원에 사전청약된 것을 감안하면 59㎡가 4억3900만원의 분양가가 책정된 매곡지구도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셈이 됐다.
2021년 사전청약 입지위치 및 공급물량.[사진=국토부] |
◆ 뉴홈 '로또청약' 각인…청년층 허탈·박탈감 클 것
공공분양 주택은 고품질 주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어 주택 구입 초기자금이 부족한 청년이나 서민들의 '주거사다리'로 여겨져왔다. 이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생애최초 무주택자나 좀 더 넓은 평수로 옮겨가려는 1주택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번 윤석열 정부 역시 전 정부의 부동산 대책 무능을 비판하며 정권을 잡았다. 무너진 주거사다리 복원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청년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한 정책을 내놨다.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서민들은 주거사다리 복원을 믿었고 이는 지난 사전청약 결과로 나타났다. 저렴한 분양가와 다양한 금융지원 등이 뒷받침되면서 윤 정부 들어 실시한 사전청약은 대성공을 거뒀다. 이에 정부는 지난 사전청약 결과를 통해 청년과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에 대한 간절함을 확인했고 물량을 추가적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수방사부지 추정분양가가 공개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뉴홈'은 '주거사다리' 보다 '로또청약'으로 각인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중산층은 내년 사전청약이 예정된 성동구치소와 면목행정타운 등 입지가 좋은 공공분양주택에는 갈 수 없다는 허탈감과 박탈감을 떨쳐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자격요건에 맞는 사람들에 의해 완판될 가능성이 높기 떄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관심이 몰릴것으로 내다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시세 대비 저렴하고 강남 접근성이 좋다"면서 "일반공급 비중이 30%라 특공 대상이 안되는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