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아이 하나 키우는 데는 마을공동체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다. 이는 '마을공동체가 마을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 부모들이 아이에 대한 걱정을 않게 해 주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요즘 들어 이 말이 자꾸 생각난다.
내가 사는 경기도 양평에는 아이들이 없어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부모들이 아이를 어디에 보낼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에서 오직 '아이'만을 바라보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쉴 새 없이 달려온 나에게 이런 상황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래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가가 책임지는 아이 돌봄과 교육을 하겠다며, 30년 묵은 '유보통합'을 이루어내겠다고 했을 때 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면 앞으로 0-5세 영유아들은 교육과 돌봄이 통합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이원영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
늦었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유치원은 돌봄 기능을 보완했고 어린이집은 교육적 기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드디어 영유아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부모의 사회계층, 경제적 능력에 따라 미묘한 불평등을 겪지 않아도 되니 더없이 반가울 따름이다.
다만, 유보통합을 함에 있어 정부가 꼭 염두에 두고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부모교육'이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돌봄 시스템이 제공되더라도 부모와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0세에서 2세까지의 아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은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유보통합 정책을 만드는 데 이해당사자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부모의 목소리이다. 맞벌이 부모가 많아지고 저출생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부모됨을 선택한 이들이기에 격려와 그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너무도 긴요하다.
아이를 중심으로 유보통합을 논해야 한다지만, 부모 중심의 부모가 행복한 유보통합이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더불어 부모들도 '영유아기에는 내 사랑과 관심이 꼭 필요해'라는 마음가짐으로, 가능한 한 유아기 자녀들에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사랑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그러한 부모의 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 그 첫걸음 중 하나가 부모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뇌생리학자 리버만은 갓 태어난 아기의 뇌에 사회적 관계를 파악하는 기능이 있음을 발견했다. 태어나는 그 순간에도 아기들은 옆 사람이 자기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지 아닌지를 느낀다는 것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정책과 함께 부모교육 활성화도 기대해 본다.
생애주기별 부모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지금, 영유아기를 책임지고 있는 부모를 대상으로 그에 걸맞는 부모교육을 포함한 유보통합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분명 유보통합은 성공할 것이다.
이번에는 꼭 유보통합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소신껏 유보통합을 추진해 나가길 이 부총리에게 요구하며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