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함께 위험성평가…1분기 산재 32%↓
AI 사고 예측·작업중지 요구권 현장 활성화
고용부, 위험성평가 제도 산업현장 확산 추진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현장에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지적할 분 있으십니까?"(현장 관리자)
"블록에 수직 사다리가 상당히 많이 설치돼 있습니다. 수직사다리는 오르고 내릴 때 미끄러워 떨어질 위험이 상당합니다."(현장 근로자)
"비계공(족장) 상승 작업 시에도 떨어짐 사고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벨트를 활용해 작업을 해야 할 듯합니다."(현장 근로자)
26일 방문한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는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와 위험성평가 운영 상황을 점검하는 근로자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26일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에서 HD현대중공업 협력사 금영기업의 근로자들이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와 위험성평가 운영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2023.05.29 swimming@newspim.com |
자신과 동료의 안전이 걸린 만큼, 현장에서 일할 때 느꼈던 위험 요소를 직접 보고하고 전달하며 사고 예방에 나서자는 취지로 읽혔다.
근로자들은 스스럼없이 위험 요소를 보고했으며, 의견을 수렴한 담당자는 앞선 정기 위험성평가를 통해 떨어짐과 베임 사고가 많았으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 작업 전 안전점검·위험성평가로 사고 예방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위험 요인을 파악해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제도다.
당초 HD현대중공업은 잦은 근로자 사망사고로 악명을 떨친 기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근로자가 직접 참여하는 위험성평가를 활성화한 이후 평균 재해율(전체근로자 대비 재해근로자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32% 급감했다. 연평균 재해율 역시 2021년 0.224%에서 지난해 0.187%으로 약 16.5%(0.037%) 감소했다.
이준엽 HD현대중공업 안전통합경영실 상무는 "안전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예측이 안 된다는 점"이라며 "현장 근로자마다 자기 전문이 있다. 위험성평가는 근로자 스스로 작업에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인지·인식할 수 있다는 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듯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에 참석한 근로자들은 회의 중 간간히 스마트폰을 확인하기도 했다.
화면에는 위험성평가 결과로 집계된 위험 요소(떨어짐·베임)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위험성평가를 위해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안전 작업지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익숙한 스마트폰을 통해 위험성평가 결과를 알리고 안전담당자의 설명을 함께 진행하니 근로자들에게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정보 전달이 가능했다.
26일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에서 HD현대중공업 협력사인 금영기업의 근로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정기 위험성평가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2023.05.29 swimming@newspim.com |
그중에는 인공지능(AI)이 위험을 감지한 사고 유형도 있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쌓은 사고를 날짜, 원인, 유형 등으로 구분해 자체 개발한 AI에 학습시켰다. AI는 학습 데이터를 토대로 매일 사고 유형별 확률을 예측해 알려주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안전담당자는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사고 위험이 높다. AI 분석 결과를 보니 오전에 맞음 사고가 제일 많다"며 "오전에 발생한 사고 유형에서 맞음 사고는 49%, 오후에는 57%에 달했으니 오늘은 맞음 사고에 유의해서 작업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일행을 안내한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을 따라 조선소 외부를 둘러보니 '안전작업요구권 신고', '현장 내 위험 요인 발견 시 연락주시면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등 곳곳에 작업 중지와 관련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HD현대중공업은 근로자가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근로자에게 권한을 주고 안전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게 사측 설명이다.
지난 1년간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건수는 875건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블록 핸드레일 파손으로 떨어짐 위험을 확인한 근로자가 비상전화로 신고해 발판·핸드레일 긴급복구반이 현장에서 조치 후 작업을 재개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 고용부, 위험성평가 현장 안착 추진
고용부는 HD현대중공업처럼 위험성평가로 재해율을 낮춘 기업 사례를 안내하는 책자를 배포하는 등 현장 내 위험성평가 제도 안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맨 왼쪽)이 26일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내 통합안전교육센터를 방문, HD현대중공업의 안전 교육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2023.05.29 swimming@newspim.com |
이날 현장을 참관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위험성평가 제도의 확산을 위한 원·하청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최근 사망사고의 70%가 하청업체에서 일어나는 만큼 안전보건관리에 관한 원·하청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안전에 있어서 개편된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원·하청이 한 몸처럼 상생해야 한다"며 "원청이 협력업체의 안전보건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원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정부도 위험성평가 제도 확산·안착과 함께 원·하청 상생 지원 확대 등 필요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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