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한 목소리'…교육부도 공감
필요성 공감하지만, 현실적 어려움 많은 늘봄학교
학교현장 "내년에도 인력 배치 가능할까" 의심
학교마다 시설 현황 달라 늘봄 운영 '천차만별'
교사노조 "외국은 부모의 근로환경까지 논의"
[대전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저녁 8시까지 학교 문을 열지만, 이용하는 학생이 없어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앞서 지난 2일 대전 원앙초등학교에서 만난 대전광역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 늘봄학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학교 책임교육을 내세우며 추진한 늘봄학교가 운영 두 달여 만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늘봄학교 운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추진 초기부터 제기된 돌봄 운영시간의 효율성을 비롯해 돌봄인력 수급 문제, 교사와의 업무 분담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많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취재진과 교육부, 교육청 관계자 등이 방문한 이 학교는 늘봄 시범 사업 학교로 지정될 만큼 시설과 돌봄 프로그램이 잘 짜여져 있지만,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학생들이 방과 후 강좌에 참여하는 모습 [대전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3.05.02 wideopen@newspim.com |
우선 정부 계획대로 학교가 '저녁 늦게까지' 학생을 맡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지만, 실제 저녁 늦게까지 학생을 학교에 맡기는 학부모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늘봄학교 추진 초기부터 '수요 조사'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있었지만, 시범 학교에서 조차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돌봄전담사 등 전문 인력이 아닌 자원봉사자가 학생을 돌보는 '비전문적'인 운영체계도 일부 확인됐다. 교육부는 안전에 대한 연수 등을 거친 실버 교사단을 늘봄학교에 투입해 부족한 교사를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는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원앙초는 돌봄전담사 2명이 총 31명의 학생을 돌보고 있었지만, 보조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일반 학교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당일 원앙초 방과후학교 담당 교사도 교육부 관계자들에게 "방과후 교사 구하기가 가장 어려웠다"며 인력수급 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다행히 1~2학년 교사가 지원해줘 올해는 운영할 수 있었는데, 내년에는 기간제 교사 배치가 가능할지도 궁금하다"고 물었다.
임민수 대전서부지원청교육장도 "2025년 모든 학교가 원앙초 수준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늘봄학교 운영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지역 학교는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 A교사는 "아침돌봄을 위해 경북교육청은 특수교육 자원봉사자 등을 활용할 것을 권장하지만 인력이 있는 학교보다 없는 학교가 더 많다"며 "농산어촌이 많은 도 상황을 고려하면 1시간 만을 위한 인력을 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전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운영을 담당할 현장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실효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교육부가 늘봄학교 업무 경감을 위해 배치하겠다고 밝힌 인력 500여 명 중 기간제교사(205명)와 자원봉사자(187명)가 절반을 넘은 점도 인력확보가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지난 2일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학생들이 방과 후 강좌 골프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 [대전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3.05.02 wideopen@newspim.com |
교사의 늘봄업무 투입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교육당국은 학교의 돌봄 업무를 공무직 돌봄전담사가 주로 맡도록 하고, 지원센터의 역할을 확대해 학교 업무를 줄이도록 하고 있다.
대전의 경우 이 같은 원칙이 유지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다르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A씨는 "교육청이 늘봄학교 담당 보직을 맡는 교사에게 주당 10시간 이내로 수업시수를 줄이도록 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수업을 하지 말고 늘봄학교를 하라고 권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시설의 적절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원앙초 건물은 1층 놀이, 2층 소통, 3층 휴식, 4층 협업, 5층 미래를 주제로 교실이 구성돼 있다. 축구, 골프와 같은 방과후 수업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별도의 체육관도 구비됐다. '공간혁신사업' 대상 학교로 지정된 덕분이다.
문제는 학교 시설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점에 있다. B씨는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에듀케어 공간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모듈러교실은 비싸고, 원칙적으로 이를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학급 교실을 활용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는 분위기다. 원앙초를 방문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전국의 늘봄 시범 학교가 원앙초 수준은 아니다"며 "인력문제가 가장 크며, 다양한 방식으로 관련 교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관계자는 "어느 학부모가 저녁도 안 주는 학교에 저녁 8시까지 맡겨두겠냐"며 "늘봄학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급하게 추진할 사항도 아니었는데, 중간 절차를 생략하고 추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사례를 보면 돌봄의 경우 부모의 근로환경 개선과 함께 논의되는게 보편적인데 우리는 그런 게 없다"며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올해 초 교사단체들과 논의한 방과후센터 설립에 대한 얘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 1층에 있는 '금빛마을' 전경. [대전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3.05.02 wideope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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