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 배당 요구신청으로 보증금 회수 가능
후순위, 보증금 일부 회수도 어려워…"정부 추가대책 기다려봐야"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정부가 이른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개별 대처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세사기 피해 유형이 다양한 만큼 선순위자인지 후순위자인지에 따라 대처 방식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다만 소액 세입자의 경우 공통적으로 최우선변제금을 받을순 있지만 후순위일 경우 보증금의 대부분을 반환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후순위일 경우 경매를 최대한 늦추면서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자신의 입장에 알맞은 방법으로 경매에 대응할 것이 요구된다.
25일 서울 강서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국토부] |
◆ 선순위 세입자…배당 요구신청으로 보증금 회수 가능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수 있다. 세입자가 선순위인 경우이거나 선순위 채권자에 밀려 후순위인 경우다.
세입자가 선순위인 경우는 주택 매맷값보다 더 높은 전셋값으로 들어간 이후 전세가격 하락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2억짜리 주택을 2억3000만원이나 2억원에 전세로 내줬지만 전세가격 하락으로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보증금 반환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수중에 여유 자금이 없다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본인 의도와는 상관없이 전세사기가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집주인에게 선순위 대출이 없고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췄다면 부동산 경매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를 갖게 된다. 세입자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가 경매일보다 빠를 경우 낙찰대금에서 다른 채권자들보다 먼저 돈을 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자'로 인정된다.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더라도 세입자는 해당 집에 살 수 있으며 낙찰대금에서 보증금을 먼저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입자가 선순위인 경우에는 단순하다. 보증금 반환을 원할 경우 낙찰을 받지 않고 배당 신청을 하면 된다.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법원에서 집주인과 관련된 채권자들에게 정해진 기간 안에 경매 낙찰대금에서 돈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배당요구신청'을 하라는 통지서를 보낸다. 해당 기간에 이를 신청할경우 경매를 통한 낙찰 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만일 해당 기간에 배당신청을 못할 경우에는 최우선변제금을 받게 된다. 이 경우 보증금을 100% 회수하긴 어렵다. 임차인 우선매수청구권 역시 실효성은 떨어진다.
임차인 우선매수청구권이란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에게 낙찰됐더라도 세입자가 이 해당 낙찰금액을 법원에 내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작전세력들이 저가낙찰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임차인은 최고가에 낙찰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피해 주택 감정평가액이 1억원으로 책정됐더라도 응찰자 간에 경쟁이 붙어 최고가가 1억3000만원이 됐을 경우 임차인은 1억3001만원을 내야만 해당 집을 사들일 수 있다.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세입자가 선순위 채권자일 경우에는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받거나 집을 바로 낙찰받을 수 있다"면서 "경매에 넘어갈 경우 본인이 받더라도 손해를 보는 만큼 선순위 임차인으로 배당신청을 하는 것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 후순위, 보증금 일부 회수도 어려워…정부 추가대책 기다려봐야
선순위와 달리 후순위 피해자의 경우에는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기도 힘들다. 임대인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경우 선순위 채권자가 은행이 되고 후순위 채권자로 밀리기 때문이다.
최우선변제 제도가 있지만 범위가 넓지 않은데다 근저당 설정시기에 따라 보증금 기준이 달라져 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최우선변제 제도는 전셋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더라도 은행의 선순위 근저당설정(대출)에 앞서 최우선해 소액 임차인에게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것이다.
보증금 한도는 서울 1억6500만원, 과밀억제권역(강화군·옹진군 등 제외 인천, 부천, 수원, 과천 등)·세종·용인·화성·김포는 1억4500만원, 광역시·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은 8500만원, 그 밖의 지역은 7500만원이다. 서울은 5500만원 이하, 인천 등 과밀억제지역 등은 4800만원 이하, 다른 광역시 등은 2800만원 이하, 그 밖의 지역은 2500만원 이하다.
실제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70% 가량은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목숨을 끊은 피해자 A씨 역시 보증금이 9000만원으로 전세 재계약을 할 당시 최우선변제금 적용 보증금이 1억3000만원이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는 2017년 근저당이 설정됐고 설정 당시 기준인 보증금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어 변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상황이 이렇자 차라리 경매를 늦추면서 정부의 추가 대책을 기다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결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원하는건 보증금 회수"라면서 "최우선변제 제도 역시 소액임차인에게 해당되는데다 조건이 까다로워 상당수가 조건에 맞지 않는 만큼 정부의 추가 대책을 기다려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로 사들이고 거주권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미 경매가 완료돼 정부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도 구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인천의 경우 경매 절차가 마무리돼 퇴거당한 세대가 240여가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우선매수청구권도 사용해볼만 하다. 경락 대금으로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있는 집은 경매 전문가들도 꺼려하는 '언터처블'로 통한다. 즉 후순위 세입자가 있는 집은 경매가 열려도 수차례 유찰될 가능성이 커서 세입자들은 낮은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다. 특히 선순위자는 자신의 보증금 이하로 낙찰가가 낮아지면 돈 한푼 안들이고 해당 집을 매입할 수 있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4일 인천시 부평구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아 이미 인천의 경우 경매가 끝나 퇴거당한 세대가 240여가구가 있는 등 피해가 확인된다"며 "지금부터 지원·구제받는 피해자들에 준하는 보완대책을 빠른 시간 내에 구체화할 것"이라며 소급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 "선순위자와 후순위자 모두 최우선변제금에 해당된다"면서 "사안별로 전세사기를 당한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섬세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