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뇌물 혐의 재판 증언 나선 유동규
돈 전달 과정 그림 그려 설명...인사 청탁·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증언
재판부, 진술 명확성 문제 거론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일당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재판에서 폭로를 이어갔다.
하지만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 진술의 명확성과 신빙성을 놓고 공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전 실장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함께 기소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은 2019년 8월 경 정 전 실장에게 현금 3000만원을 전달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았고 정 전 실장 지시로 해당 인사를 채용한 적이 있으며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요 내용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의 집 구조까지 그리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돈 전달 과정을 묻는 검찰의 질문에 "엘리베이터 타면 몇층인지 나오니 걱정돼서 계단으로 5층까지 올라가서 초인종 누르니 정진상이 나왔다"면서 "들어가니 거실에 소파가 있었고 거기에 봉지하고 돈을 쏟았고 보여줬고 인사만하고 '형 나갈게요'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4.03 mironj19@newspim.com |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상황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추가 질문들을 이어가면서 전달한 돈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돈을 왜 줬는지에 대해 이게 정기적 상납인지 대가성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친분관계나 정치적 동지관계로 준 것인지 평가가 나뉠 수 있다"면서 "그 질문에 대해 증인이 답을 못하고 흐리는 경우가 있는데 명확히 기억나는 것들을 답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과 관련한 증언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재명, 정진상에게 총체적으로 보고했다고 하면서 디테일에 대해서 보고했는지 정확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명확히 기억을 못하는 것 같은데 기억나는대로 말하면 되고 기억이 명확치 않으면 안난다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 진술의 명확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진술의 신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앞서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것을 근거로 진술의 신빙성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정 전 실장은 지난 5일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조서에서 유 전 본부장이 진술을 바꾼 이후 내용만 있다면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진술 번복 이전 조서 내용을 포함한 모든 조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이 사건 증거자료는 유동규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한 이후인 2022년 9월 경 신문조서가 대부분인데 조사는 2021년 9월부터 이뤄졌다"며 "이 사건 이전 '대장동 사건'에서의 진술 내용도 함께 봐야 하는데 현재 관련 진술조서가 모두 누락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유동규 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핵심"이라며 "번복되기 전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대신문이 이뤄진다면 실질적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타격을 입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향후 공판에서 진술 내용 뿐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 명확성을 세밀하게 따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유 전 본부장이 내놓을 진술 내용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황, 증거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기소가 돼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그의 진술이 판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고 정황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재판부가 진술의 신빙성 판단을 하는데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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