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시극단(단장 고선웅)의 올해 첫 세종시즌 레파토리 연극 '키스'가 개막했다. 코믹하면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젊은 남녀의 치정극 이면에 날카로운 반전으로 뜻밖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7일 개봉한 '키스'가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칠레의 떠오르는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의 국내초연작으로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반전이 이 극의 전부다. 2014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발돼 관객과 비평가들의 찬사와 갈채를 받아온 수작을 우종희 연출의 손을 거쳐 국내에서 만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3.04.11 jyyang@newspim.com |
◆ 휘몰아치는 치정극의 이면…배우들의 해석에 실리는 무게
'키스'는 시리아 다마스커스의 어느 가정,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내던 두 젊은 커플이 하딜(김유림)의 집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갑작스럽게 유세프(김세환)는 하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급기야 청혼한다. 아메드(정원조)와 교제 중이던 하딜은 결혼하자는 아메드와 유세프에게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 유세프의 연인인 바나(이다해)는 뒤늦게 도착해 누군가와 키스를 하고 왔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에는 서울시극단에 새로 합류한 단원 정원조, 이승우와 김유림, 두마노브스키 순치짜가 몰입감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드라마, 연극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다해와 '빵야' '실비아 살다' 등에 출연한 김세환이 호흡한다. '키스'의 반전이 공개되기 전, 한 가정집 거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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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초반 반전이 등장하기 전, 말 그대로 시리아가 아닌 다른 문화권에서 바라보는 솝 오페라(연속극)를 접하며 관객들은 몇몇 대사와 설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상을 경험한다. 약간은 코믹하면서도 과장되게 표현되는 씬들을 보며 이 극과 연출, 배우가 의도한 것인지를 객석 모두가 고민한다. 시극단 소속 배우들은 물론, 함께 참여하는 연기자 모두의 역량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 내용과 설정, 형식마저 '파격적 반전'이 전부인 연극
'키스'에서는 1막에서 대본으로만 해석하고 연기했던 캐릭터들이 작가의 말을 들으면서 행간을 깨닫고 멘탈이 무너지는 경험을 관객에게 직접 전달한다. 2014년 독일 초연작이지만 우크라이나, 시리아 등에서 현재도 반복되고 있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과도 맞닿아있다. 1막의 어딘지 모를 비상식적 상황들이 작가의 말을 통해 이해되고, 때로는 뒷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에 휩싸인다. 직접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설명하는 대신 '보여주기' 가 가능한 연극, 희곡의 특성이 제대로 살아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3.04.11 jyyang@newspim.com |
무엇보다도 작가의 의도를 전혀 모른 채 보여주는 1막을 곱씹을수록 말도 안되는, 비상식적 상황들이 비로소 말이 되고 이해할 여지가 생기는 '반전'의 충격은 극대화된다. 특별히 '키스'에서는 주요 장치인 반전을 통해 극의 내용과 설정, 배경, 형식까지도 어디서도 볼 수 없던 경험을 객석에 전달한다. 분명히 할 만한 이야기들을 하되, 더없이 실험적인 시도를 버무린 제작자들의 안목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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